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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케냐 독립투사 탄압자료 50년간 은폐

송고시간2011-04-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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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케냐 독립투사 탄압자료 50년간 은폐
고문당한 케냐인들 英정부 상대 소송서 증거로 제출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영국 정부가 케냐 독립투쟁을 이끈 무장단체 마우마우의 저항운동을 가혹하게 탄압했음을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은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5일 전했다.

상자 300개 분량의 이 자료는 1963년 케냐 독립 직전 케냐에서 영국으로 몰래 옮겨져 반세기 동안 영국 정부의 비밀문서 보관소에 보관됐다.

그동안 파기되거나 분실된 것으로 추정됐던 이 자료가 올해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52-1960년 마우마우 전사로 활동했던 케냐 노인 5명이 당시 영국 정부로부터 고문을 당했다며 2009년 소송을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영국 고등법원 판사가 정부에 모든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는 명령을 내린 뒤 이 자료가 외무부 문서 보관소에서 발견된 것. 1천500여 건에 달하는 자료는 오는 6일 영국 고등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예정이다.

원고 측은 영국 당국의 고문 시스템하에 "거세와 심한 성적 고문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가혹행위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면서 영국 정부의 유감 성명과 희생자를 위한 복지 기금을 요구하고 있다.

신문은 영국 당국이 민감하거나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를 과거 식민지에서 빼낸다는 정책하에 "여왕 폐하의 정부를 난처하게 할 수 있는" 자료를 케냐에서 영국으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몇 년간 공식 기록을 찾았던 마우마우 구금자 출신과 그 가족들은 기록이 분실되거나 파기됐다는 말을 들었으며, 역사학자들도 이 기록에 접근할 수 없었다.

역사학자들은 케냐뿐 아니라 키프로스,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등 과거 식민 영토에 관한 비슷한 자료가 비밀리에 보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대 아프리카 역사 교수 데이비드 앤더슨은 "이 자료는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 숨겨진 것"이라며 "외무부 지하실에는 키프로스나 말라야, 나이지리아, 로디지아 등지에서 온 비밀 자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알아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1952-1960년 재판 없이 구금된 마우마우 반군 혐의자는 15만 명에 달하며, 현재 생존해 있는 이들은 최소 1천400명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문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소송이 제기될 경우 영국 정부는 수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에 직면할 수 있다며 여기에 연루된 이들 중 일부는 영국에 살고 있어 형사 소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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