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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산유국?" 동해-1 가스전을 가다

송고시간2011-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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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산유국?" 동해-1 가스전을 가다>

(울산=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가장 힘들죠. 그래도 '산유(産油) 한국'의 출발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울산앞바다 남동쪽으로 58㎞ 떨어진 동해 한복판. 그곳 '동해-1' 가스전 해상 플랫폼에서 만난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의 표정에는 강한 사명감과 자부심이 비쳤다.

23일 오전 김해공항. 기자는 이 플랫폼으로 가는 9인용 헬기에 몸을 맡겼다. 5분쯤 지났을까. 육상의 모든 것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가없는 바다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헬기 창(窓)을 온통 채웠다. 망망대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렷다.

30분을 더 내달린 헬기는 해수면에서 48m 높이에 있는 'H' 구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탑승 공포감에서 해방되어 긴장을 놓았더니 이제는 강력한 해풍이 무섭게 몰아쳐 겁을 먹게 했다. 바닷물이 발 밑으로 다 내려다보이는 철재 구조물 위를 걸으면서, 가만히 있어도 떼밀려갈듯한 초속 20m 세기의 바람을 맞는 느낌이라니...

플랫폼은 2.5㎞ 떨어진 가스정 4곳에서 끌어오는 가스를 천연가스와 초경질 원유로 만들어 분리한 뒤 육상으로 수송하는 설비로 가득했다. 해저 배관을 타고 천연가스는 한국가스공사로, 원유는 에쓰오일로 공급된다고 했다. 플랫폼 바로 밑 150m 아래에서 시작되는 해저 배관은 육지 사무소까지 무려 61㎞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산유국?" 동해-1 가스전을 가다> - 2

가스 기준으로 하루 평균 5천만 세제곱피트, 즉 1천100t을 생산한단다. 이렇게 지난 2004년 생산하기 시작한 천연가스와 원유를 팔아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 1조2천억원을 올렸다. 천연가스 매출고는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 1조400억원을, 원유는 1천600억원을 찍었다. 이가운데 절반이 넘는 6천500억원이 이익이다.

이곳이 석유공사가 국내외에 두고있는 유전광구 가운데 가장 큰 이익을 남기는 단일 프로젝트 사업장이라고 신길용 석유공사 과장은 전했다. 플랫폼과 생산설비 등에 투입된 총사업비 2천억원 가량은 이미 2006년까지 다 뽑아내고 2007년부터는 매출 대부분이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하니 석유공사로서는 이런 '효자'가 따로 없겠다 싶었다.

그러나 항상 23명이 상주한다는 플랫폼의 노동여건은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2주간 근무하고 2주간 쉬는 식이라고는 하지만 일하는 2주는 2개월 같고 쉬는 2주는 2일 같으리라 짐작됐다. 신 과장은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한다고 했다. 흔들리는 해상 구조물에서 지내다 보니 육지에서 쉬는 때에도 계속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파고 17.5m, 풍속 51m/s, 리히터 규모 5의 내진 1등급으로 설계된 플랫폼이지만 기자가 오찬을 하는 동안에도 식당 바닥은 미세하게 흔들려 가끔 몸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플랫폼 상판 좌우에 놓인, 탈출을 위한 27인용 구명보트 2대는 최악의 위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비상상황에 닥쳐 탈출만이 유일한 해법일 때 쓰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그럼에도 플랫폼의 꺼지지 않는 가스불꽃(flare stack)은 이들에게 그런 노동의 위험과 시름을 견디게 하는 어떤 꿈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바람이 거세져서 운행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던 헬기가 그런 강풍은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H'자(字) 출발선에서 김해공항행(行)을 준비하고 있었다.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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