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거리로 내몰린 예멘 어린이들

송고시간2012-02-21 06: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학교 관두고 거리서 물·휴지 팔아 "소말리아만큼 열악…지원은 부족"

거리로 내몰린 예멘 어린이들
거리로 내몰린 예멘 어린이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종족·분파 간 갈등과 장기 독재정권의 부패, 1년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 등으로 민생 경제가 악화하면서 아랍 최빈국 예멘의 많은 어린이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거리로 나와 물건을 팔고 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예멘 수도 사나의 사피아 교차로에서 휴지 등을 팔고 있는 야스민 하지리(10)양(사진 오른쪽)과 동생 하마스(8)양(사진 왼쪽)의 모습을 담은 `더 내셔널' 1면에 실린 보도사진. 2012.2.21 <<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
hyunmin623@yna.co.kr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예멘의 야스민 하지리(10)양은 장래 희망을 물으면 "박사"라고 외치는 꿈많은 소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교가 아닌 수도 사나의 복잡한 사피아 교차로에서 운전자들에게 물이나 휴지, 껌 등을 팔고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 가계를 돕고자 3개월 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학교를 그만두고 두 살 아래 동생 하마스와 함께 거리로 나선 것이다.

"친구들과 선생님이 그립다"고 말하는 야스민양은 자신이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매일 9시간의 고된 노동을 반복하며 푼돈을 버는 것에 만족할 뿐이다.

예멘의 거리에서 야스민양과 같은 어린이는 흔히 볼 수 있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종족·분파 갈등과 장기 독재정권의 부패, 1년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 등으로 아랍 지역의 최빈곤국 예멘의 민생 경제가 더욱 악화했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은 18세 이하의 예멘 청소년 가운데 ¼ 가량이 이처럼 일거리를 찾아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니세프 예멘지부의 모하메드 알 아사디 대변인은 "지난 1년간 이곳 어린이들이 처한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며 "실제 아동노동 비율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반정부 시위와 폭력의 확산은 식료품 값을 3배로 올렸고 연료와 식용유 등의 부족 현상을 야기했다.

식탁에 먹을거리를 올려놓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예멘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예멘 경제는 작년 한 해 `-5%' 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50% 가까이 치솟았다.

만성적인 영양 결핍으로 5세 이하 가운데 저체중 어린이의 비율은 58%에 달했다. 지난 한 해 홍역으로 최소 74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의 리처드 스탠포스 지역정책관은 "영양 부족으로 예멘에서 수백만의 생명이 위협에 처해 있다"면서 "예멘은 소말리아만큼 열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은 부족하기만 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폭력과 부패가 만연한 예멘에서의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무장부족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스탠포스 지역정책관은 "소말리아는 수억 달러의 기금을 지원받지만, 기부자들이 예멘에 대해서는 인색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두 딸 야스민과 하마스를 거리로 내몬 어머니 움 하지리(30)씨는 "나도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아 똑똑해지길 원한다"면서도 "그러나 일단 먹고 살아 남아야 배울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hyunmin623@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