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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사망> 중남미 좌파 기상도

송고시간2013-03-06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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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남미 좌파국가들 관계변화 주목석유지원 받은 중미·카리브 국가들 촉각

(보고타=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우고 차베스(59)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암투병 끝에 사망하면서 중남미 정치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차베스가 남미 좌파의 맏형 노릇을 자임해왔던 탓에 그를 따라 일련의 사회주의적 개혁들을 실행해 온 다른 좌파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미의 대표적 좌파국가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는 그간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와 정치 이념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경제 지원도 받아왔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와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1998년 차베스가 첫 집권한 뒤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좌파이념이 확산되는 가운데 권력을 잡은 이들로, 차베스의 통치 방식을 '롤모델'로 따라왔다.

두 대통령 모두 차베스가 연임제한을 철폐하고 장기 집권에 시동을 걸었던 것처럼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 방식으로 다선 대통령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두 나라는 차베스가 이끌었던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의 회원국들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와 경제·정치적으로 교집합을 형성해왔다.

차베스는 2007년 모랄레스가 코카잎 생산에 어려움을 겪자 자금지원을 발표하며 모랄레스의 손을 잡아줬고, 코레아와 2010년 3월 양국 간 프로젝트와 공동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층 우애를 강화했다.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는 이미 석유·가스산업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차베스' 시대에는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모두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에서 치러질 새 대통령 선거에서 차베스의 후계자로 지명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관계 기상도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야권 통합진영이 차베스의 그늘을 넘어설 경우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와 양국 간 관계를 넘어 남미 지역 여러 공동체 내에서도 극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이 집권할 경우 정치적 좌편향을 벗어버릴 가능성이 큰 탓에 어제의 동지가 미래에는 등을 돌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남미 강경좌파 세력은 우파에 치이고 대세를 이루는 중도좌파에 밀리며 고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간 이어져 온 위세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베스의 석유지원 프로그램(페트로카리베)에 따라 시가보다 싸게 석유를 공급받아 온 중미·카리브 국가들도 촉각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차베스 집권 기간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던 쿠바는 2011년 한해 36억 달러가량의 석유를 공급받은 바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작년 대선 캠페인 동안 집권 시 가장 먼저 손을 볼 정책으로 차베스식 석유 지원 프로그램을 꼽았다.

지난해 10월 베네수엘라 대선에 야권 통합 후보로 출마한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선거 캠페인 당시 차베스가 국유 자원인 석유로 친구들을 매수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를 이룰 경우 이 같은 프로그램을 단절하겠다고 확언한 바 있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마두로가 정권을 접수하더라도 석유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중남미 좌파블록인 ALBA의 고리도 이전보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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