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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씨엔블루, '저작권 침해' 책임공방

송고시간2013-02-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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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가 저작권 침해 주체" vs "크라잉넛에 사과, 그러나 방송사 과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세대 인디밴드 크라잉넛이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낸 가운데 온라인에는 책임 공방이 뜨겁다.

논란은 크라잉넛이 지난 12일 씨엔블루를 상대로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침해했다며 4천만 원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서 불거졌다.

씨엔블루가 지난 2010년 6월 엠넷 '엠 카운트다운'에 출연해 크라잉넛의 노래 '필살 오프사이드(Offside)'의 원곡 음원(보컬과 연주가 함께 녹음된 AR)을 틀어놓고 공연해 음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이 프로그램 영상이 같은 해 일본에서 발매된 '씨엔블루 스페셜 DVD'에 담겨 판매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밴드가 남의 노래를 틀어놓고 공연했다는 점에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

그런데 씨엔블루 측이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방송사인 엠넷이 진화에 나서면서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엠 카운트다운' 제작진은 씨엔블루에게 크라잉넛의 원곡 음원을 틀어주고 공연하도록 했으며 엠넷을 운영하는 CJ E&M이 씨엔블루의 DVD를 기획한 만큼 "우리의 과실"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온라인에는 엠넷이 성토 대상이 된 가운데 씨엔블루가 뮤지션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난과 크라잉넛이 책임이 자명한 엠넷 대신 씨엔블루만 걸고넘어진 건 '흠집내기'란 의견 등 논쟁이 뜨거웠다.

가요계는 업계 종사자들조차 음악 저작권에 대한 후진적인 인식, 가수가 방송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지배 구조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씨엔블루의 뮤지션 정신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크라잉넛·씨엔블루, '저작권 침해' 책임공방> - 2

◇누구 책임인가 = 크라잉넛의 소속사인 드럭레코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씨엔블루가 크라잉넛의 원곡을 자신들의 것인 양 도용해 지적 재산권을 강탈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J E&M이 소송에서 제외된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해 가을 DVD 복제 및 판매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고 합의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잉넛 측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씨엔블루의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생방송의 급박한 상황에서 음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속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 것은 변명의 여지없는 소속사 측의 불찰"이라며 누를 끼치게 된 선배 크라잉넛 측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라잉넛 측의 법률대리인인 대지는 18일 다시 보도 자료를 내고 "씨엔블루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방송사에) 전가하고 있는 이상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 관계와 책임소재를 밝혀나가겠다"며 본건으로 얻게 되는 승소금은 인디밴드의 지원 및 권리보호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책임 소재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핵심은 씨엔블루가 크라잉넛의 (음원 사용에 관한 권리인) 마스터권을 침해한 주체라는 점"이라며 "객관적으로 가장 큰 잘못은 엠넷이지만 씨엔블루를 피해자라고 볼 수 없다. 씨엔블루가 방송사의 요구에 응했다는 점에서, 지난 3년간 이 문제를 입 닫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씨엔블루를 옹호하는 견해도 다수다.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무대를 책임지는 건 가수인 만큼 씨엔블루에게 책임은 있다"면서도 "당시 신인이던 씨엔블루가 방송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설마 제작진이 원곡 음원을 틀어줬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나"라고 반박했다.

또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관계자도 "엠넷이 관련 DVD를 불법 복제 및 배포한 점은 분명한 저작권법 침해"라면서도 "방송에서 크라잉넛의 원곡 음원을 틀어놓고 씨엔블루가 공연한 행위 자체가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만 저작권법상으로 문제가 되는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관계자는 "과거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허리케인블루가 유명 팝송을 립싱크한 것도 저작권법 침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허리케인블루의 경우 노래를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원곡자의 저작인격권 침해 소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낙후된 저작권 인식.방송사 지배구조 문제 = 크라잉넛 측은 씨엔블루에 대한 소송 제기는 배상보다 더 이상 음악 도용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음악 권리자들의 지적재산권이 보호받는 환경이 되기를 바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는 가요계에 종사하는 음악 이용자들과 저작권자들조차 음악 저작권에 대해 낙후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음악 프로그램의 제작진조차 한 밴드의 원곡 음원을 틀어주고 다른 밴드에게 공연하라고 하는 것은 음악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도 트위터를 통해 "(씨엔블루의) '뮤지션십'을 떠나 다른 뮤지션의 지적 재산에 이렇게 둔감한 건 기본이 안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씨엔블루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대목인 가수가 방송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지배 구조, 밴드에게 핸드 싱크를 요구하는 방송계 현실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한 인디 레이블의 대표는 "다수의 음악 프로그램들이 제작 여건을 운운하며 밴드에게 소리 안나오는 악기에 시늉만 하라는 핸드 싱크를 요구한다"며 "이런 관행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간 여러 밴드들은 방송에서 라이브를 선보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김작가는 "많은 밴드들이 방송에서 핸드 싱크를 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이며 라이브로 소화하는 환경으로 개선해왔다"며 "씨엔블루로 인해 그런 점이 부정당하고 무시당한 것에 항의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후배 밴드로서 원만한 합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유명 인디밴드의 보컬은 "씨엔블루와 방송사에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함께 음악하는 입장에서 법적 판결보다는 원만한 해결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도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하지만 이 문제가 마치 인디와 주류 음악계란 이분법적인 구조로 편이 갈리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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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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