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기자수첩> 대학 등록금에 울고 '악습'에 또 눈물

송고시간2013-03-08 14:2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과회비·교수 접대비에 노래방 도우미 역할까지"

새 학기 강제 과비 안내장
새 학기 강제 과비 안내장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전북 전주의 한 사립 전문대학에서 과회비를 내지 않으면 장학금을 받는 데 불이익을 준다는 안내장을 신입생들에게 돌려 논란이 일고 있다. 2013.3.8 <<지방기사 참조>>
chinakim@yna.co.kr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등록금도 대출받아 내는 데 과회비에 교수 접대비까지 정말 힘듭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청춘을 아프게 하고 있다.

전북 전주의 한 사립 전문대학 학생회에서 과회비를 내지 않으면 장학금을 받는 데 불이익을 준다는 안내장을 신입생들에게 돌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가 나가자 기자의 메일함에는 대학생들의 대학 내 '악습'에 관한 제보가 쏟아졌다.

"과회비 50만원을 매년 걷고 있다"는 제보부터 스승의 은혜에 보답한다는 '사은회' 행사를 치르려고 강제로 돈을 걷고 행사를 마친 뒤에는 노래방 도우미 역할까지 했다는 등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실제로 충남의 4년제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한 대학생은 50만원이나 되는 과회비를 내야 했다.

이 학생회는 각종 공연비와 실습활동을 이유로 신입생들에게 과회비를 요구했다.

이 학생은 "사용처도 불분명하고 사용 내역이 제대로 감사 되지 않는 과회비를 내기 싫었지만 혹시나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과회비를 강제로 내야 했다"고 밝혔다.

여러 제보 메일 중에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포함된 제보도 있었다.

충북의 한 국립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벌써 2학기 때 있을 '사은회'가 걱정된다며 제보를 해왔다.

이 학교는 '전통'에 따라 4학년 2학기가 되면 졸업생들이 돈을 모아 학과 교수 6명을 한정식 식당에 모시고 사은회라는 행사를 연다.

사제지간에 정을 나눈다는 좋은 취지의 행사지만 재학생 수가 적어 행사를 치르려면 적게는 10만, 많게는 15만원까지 일괄적으로 회비를 걷는다는 게 A양의 설명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한정식 식당에서 1차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2차로 노래방을 가는 데 이곳에서 성추행 발언과 성추행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과의 특성상 여대생들이 많아 이를 제지하기도 어렵고 교수와 제자라는 어려운 관계 때문에 피해 내용이 밖으로 새어 나오는 일도 없다.

A양에 따르면 한 남자교수는 사은회 자리에서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여자의 책임이니 여자가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자신이 노래를 부를 때 양옆에 여제자들을 껴안고 부르는 등 추태를 일삼았다.

또 다른 남자 교수 역시 노래방에서 유행가 '애모'를 부르는 데 여학생들에게 "이 노래는 'ㅗ'를 'ㅜ'로 바꿔야 한다"는 등 성추행 발언을 하기도 했다.

A양은 "선배들한테 듣기만 했는데 막상 4학년이 되니 벌써 사은회 걱정이 된다"면서 "도대체 이런 악습이 왜 전통으로 남아 있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해에도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와 달리 대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내몰리고, 불합리한 '악습'에 노래방 도우미 역할까지 자처해야 하는 참혹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다.

아직도 악습에 곪아 있는 대학가를 보면서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지 않고 대학생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냉혹한 충고만 해왔던 기성세대와 사회의 따뜻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china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