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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동성결혼 논란 '해결사' 역할 주목

송고시간2013-03-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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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성결합 지지" 발언…협상력 발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첫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서 교회 안팎의 개혁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 그는 동성결혼을 비롯한 사회적 이슈들에 관해 과연 어떤 태도를 보여줄까.

권위적인 이전 교황들과 달리 소탈하고 서민적인 행보를 보이고는 있지만 보수적인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받들어야 하는 수장으로서 그의 행보를 예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기경이던 시절 첨예한 논란을 빚었던 동성결혼 문제에 대처했던 사례에 비춰 앞으로도 '해결사(deal maker)'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1일 보도했다.

IHT에 따르면 지난 2010년 7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 7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아르헨티나에서 이 법안은 도입 초기부터 큰 논란이 됐고,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현 교황 프란치스코)도 신자들에게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가두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교들과의 사적 회의에서는 예상 외의 발언을 내뱉었다는 후문이다.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은 안되지만 동성간 결혼의 법적 권리를 인정해주는 동성결합(civil union)은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과 대비되는 이 발언에 주교들은 당황하고 격분했다. 하지만 추기경의 의중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당시 추기경은 솔직하게 이 문제를 두고 타협을 원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교황의 전기작가인 세르지오 루빈은 "추기경은 동성결혼 허용법의 통과를 앞두고 '그래도 덜 악한 것'이라며 동성결합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며 "사회와 좀 더 대화를 하자는 쪽에 내기를 건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권리를 주창하는 신학자인 마르첼로 마르케즈는 "동성결혼이 논란이 됐을 때 추기경에게 강경한 어조로 서한을 보냈는데 한시간도 안 돼 연락이 와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추기경은 동성애자들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내 의견을 매우 존중하고 경청했다"고 말했다.

이런 타협적 면모는 전임자였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교리의 순수성을 철저히 고수한 정통 보수파 교황이었다.

이에 반해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교리의 이상을 실제 삶의 현장에 접목하려 노력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가톨릭 교리와 반대되는 예민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도 반대편을 존중하고 양보하려는 '해결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황이 된 뒤에도 이념의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유연한 면모가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교중앙사무국의 록사나 알피에리는 "그는 교회가 사람들을 비난하는 위치에 있길 원치 않았다. 약한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자 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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