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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성접대 의혹' 나라가 이 정도로 썩었나

송고시간2013-03-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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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 건설업자가 유력인사들을 별장으로 불러 성접대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자 윤모씨는 강원도 원주 인근에 있는 호화별장으로 유력인사들을 불러 접대했다고 한다. 낮에는 골프를 치고 저녁엔 술 파티를 벌이는 코스였다. 이 자리엔 여러 명의 여성들이 함께 했고 성접대까지 이뤄졌다는게 의혹의 핵심이다. 게다가 윤씨는 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동영상으로 촬영해뒀다. 한 여성이 윤씨를 고소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동영상의 존재가 확인됐고 언론에까지 유출됐다. 의혹에 연루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내면서 사건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도 더 이상 수사를 미적거릴 수 없게 됐다. 신속한 수사로 모든 진실을 한 점 의혹없이 파헤쳐 국민 앞에 밝히는 도리 밖에는 없다.

'별장 성접대 의혹'은 영화에나 나올 법한 추악하고 비열한 이야기다. 우선 수영장에 사우나, 노래방 시설까지 갖춘 호화별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접대를 한다는 자체가 음험한 일이다. 여기에 여자들까지 불러 성접대를 하고 동영상을 찍었다면 범죄집단이나 할 법한 짓이다. 이를 빌미로 유력인사들을 협박해 돈과 이권을 챙기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실제로 건설업자 윤씨는 '내가 찍어놓은 동영상을 다 까면 정권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니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이런 별장 성접대에 공직자들이 줄줄이 연루됐다는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학의 법무차관이 사표를 낸데 이어 더 많은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의혹과 관련해 계속 거론되고 있다. 거명되는 인사들은 공직자 중에서도 거의 수뇌급 간부에 속한다. 그것도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국가의 사정 중추기관 간부들의 이름이 두루 거론된다. 만의 하나 이들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나라의 기강은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졌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사정당국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한 건설업자의 추악한 별장 성접대에 줄줄이 놀아날 수 있단 말인가. 나라의 법질서를 유지하고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할 사정당국 간부들이 그런 문란한 행동을 했다면 국가 기강이 유지될 턱이 없다. 여기에 병원장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것 역시 사실이라면 나라가 썩을 대로 썩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기강을 다잡는 차원에서라도 제기된 의혹들을 낱낱이 조사해 우리 사회에 일대 경종을 울려야 한다.

경찰은 이미 상당기간 전에 이 같은 의혹을 파악하고서도 수사를 머뭇거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좀 더 일찍 진상규명에 나섰더라면 김학의씨가 법무차관에 임명됐다 사퇴하는 소동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경찰의 잘못된 보고와 당사자의 부인만 믿고 김씨를 차관으로 임명한 청와대도 부실검증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이 혹시라도 고위층이 연루된 사건이라서 수사를 미적거렸다면 이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정당국 간부들의 성접대 의혹을 알고도 모른체 하려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일이다. 경찰은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새 정부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기강을 바로세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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