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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성애 커플 '운명의 날' 이틀 앞으로

송고시간2013-03-2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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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원 27일 결혼보호법 심리…佛, 대규모 동성결혼 반대 시위

(서울=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동성애 부부 페리와 스티어의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파란만장했다.

둘은 2004년 동성애 커플도 혼인허가서를 발급해주라는 당시 시장의 주문에 따라 합법적 부부가 됐다.

하지만 6개월의 반짝 허니문 기간이 지나고 주(州)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무효화하자 다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후에도 법원 판결과 투표 등으로 합법과 불법을 오간 이들은 27일(현지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결혼보호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놓고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합법화의 길을 열어준다고 해도 그걸로 끝은 아니다.

동성결혼 허용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아직도 반대 시위가 줄을 잇는 프랑스의 경우에서 보듯 여론의 지지도 함께 얻어야 진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 뉴욕은 '찬성' = 연방 대법원의 결혼보호법 위헌 심리를 사흘 앞둔 24일 뉴욕은 합법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넘쳤다.

수백 명의 지지자가 1969년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처음 시작된 역사적 장소인 '스톤월 인'(Stonewall Inn) 앞에서부터 행진하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은 2011년부터 동성결혼은 허용하고 있지만, 연방법에서는 아직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메릴랜드·워싱턴·메인 등 9개 주와 워싱턴 D.C.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다.

일리노이와 델라웨어, 뉴저지, 하와이 등에서는 동성 간의 '시민 결합'(정식 결혼은 아니지만 결혼과 비슷한 권리 부여)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보호법에서 "미국 내 한 주(州)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더라도 다른 주가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연방 차원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위헌 여부 결정에 미국 내 동성애 커플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 미국 내 동성결혼 지지 역대 최고 = 미국 내 동성 결혼 합법화 전망은 현재로서는 밝은 편이다.

동성결혼 합법화 찬성률도 역대 최고고, 오바마 대통령부터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주요 인사들이 지지대열에 속속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10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성인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58%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2003년 찬성률이 37%, 반대가 55%였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인의 인식이 10년 만에 정반대가 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동성 결혼 금지 법안은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전달하며 합법화에 시동을 걸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동성결혼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보수성향의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도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경우가 나오는 등 정치권의 변화도 고무적이다.

시민 인식의 변화와 정치권의 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긍정적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 프랑스는 '반대'로 몸살 = 미국보다 한발 앞서 동성결혼 허용 합법화의 길로 들어선 프랑스는 아직도 거센 반대 여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지난달 하원에서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고 내달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24일 파리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등에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수십만 명이 모여 거센 시위를 벌였다.

보수성향의 단체로부터 학생, 성직자까지 시위 참여 계층도 다양했다.

시위대 중 한 명은 "이제 2라운드일 뿐"이라며 동성결혼 금지 운동이 아직 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성결혼 법안은 그동안 프랑스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종교계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계속됐다.

물론 상원에서는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사회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법제화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제화를 한다고 반대 시위가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동성결혼 찬성 여론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부담이다.

동성결혼 합법화 과정을 밟는 곳은 미국과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영국도 지난달 하원에서 관련 법안을 가결하고 상원 논의를 앞두고 있고 우루과이와 칠레, 브라질 등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호주처럼 법안 자체를 부결시킨 곳도 있지만,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처럼 합법화에 성공한 곳도 있다.

점점 더 많은 나라가 동성결혼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분명한 것은 법제화 시도만큼 반대 여론을 끌어안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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