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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앞에 고개숙인 김승연 회장

송고시간2013-04-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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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대규모 기업집단은 비중있는 경제 주체로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아야 하는 반면 법질서를 준수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15일 오후 서울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 대법정.

서울고법 형사7부 윤성원 부장판사가 단호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한 16명의 피고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선고 요지를 경청했다.

재판부가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일부 혐의를 유죄로 변경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피고인들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 결심공판 이후 보름 만에 다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김 회장은 한 때 과체중으로 비대했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수척해보였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이 병색을 더욱 짙게 했다.

그는 법정에 나올 때부터 산소호흡기를 꽂고 이불을 덮은 채 이동식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김 회장은 그런 모습으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법정에 들어와 있던 의료진과 함께 1시간 20분 남짓 이어진 판결문 낭독에 귀를 기울였다.

김 회장이 잠시 법대를 올려다보며 기침을 하거나 몸을 뒤척인 것에 그친 데 비해 한화 관계자들로 보이는 일부 방청객은 재판장 한 마디 한 마디에 한숨을 내쉬거나 고개를 떨구며 `심각하게' 반응했다.

특히 한화 우량 계열사를 통해 위장 계열사에 부당 지원을 했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가 무죄에서 유죄로 변경될 때는 방청객 사이에서 당황스러운 표정이 더욱 역력해졌다.

다만 재판부가 개인 재산을 털어 1천186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원심의 징역 4년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한다고 선고한 후에는 잠시 안도하는 기색이 돌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자 김 회장은 입을 떼지 않고 방청석을 향해 눈길을 한번 준 뒤 법정을 빠져나가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김 회장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향후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되지 않는 한 교도소 복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윤성원 부장판사는 주문을 다 읽은 후 "재판에 협조한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칸트의 말이 있듯 성공한 구조조정이라도 과정상 불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한번 더 강조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의 취지를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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