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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테러> "테러 뒤 달려야겠다는 의지 더 강해져"

송고시간2013-04-17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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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점 사고현장 목격자 미국인 마라토너 인터뷰

(보스턴=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오후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하던 레이 바리오스(47)의 마음은 어두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날아온 바리오스는 지구력 코치답게 누구보다 체력을 자랑했지만 내년 보스턴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는 컷오프 내에 완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오스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을 마지막으로 마라톤 경기 참가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어요"라고 털어놨다.

씁쓸한 마음을 간직한 채 동료들과 사진을 찍고 장비를 챙겨 집으로 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을 때 갑자기 바로 옆에서 굉음이 들렸다.

처음에는 변압기가 폭발했거나 누군가 축포를 잘못 터뜨렸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을 따라 일단 인근 건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피한 건물도 위험하다며 밖으로 나가라는 고함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휴대전화까지 먹통이 되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폭발음이 사라지고 연기가 개인 뒤 바리오스는 건물 밖으로 나갔지만 거리는 온통 아비규환이었다. 불과 10여분전 그가 지났던 곳곳에는 사람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특히 다리가 절단된 듯한 사람들이 구급차에 실려 잇따라 호송되고 있었다. 당황한 경찰들도 어쩔 줄을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함만 질러댔다.

혼비백산한 그는 동료들과 함께 30여분을 걸어 겨우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텔에서 비로소 휴대전화가 터지자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에 있는 지인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문자와 이메일이 쇄도했다.

11년간 뉴욕과 보스턴 등 유수 마라톤에 참가해온 베테랑 마라토너인 그에게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마라톤 경기는 불특정 다수, 특히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은 일종의 축제라는 점이다.

"보스턴 마라톤같은 경기에는 선수들의 가족, 친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거리로 나와 다들 응원을 하는 축제입니다. 전혀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이 건네는 음료수를 받아 마실 정도로 친근한 분위기인 마라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질될까봐 걱정이 됩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불과 10여분 차이로 폭탄 테러를 면한 바리오스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내후년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는 기록을 향해 다시 뛸 생각이다.

그는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 사건으로 마라톤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다시 꼭 돌아오겠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gija0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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