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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통령 정상외교에 오점 남긴 '윤창중 성추문'

송고시간2013-05-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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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중에 어이없는 참사가 터졌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최대 외교 이벤트인 미국방문의 내용과 성과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 의혹' 사건에 연루돼 전격 경질됐다. 그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7일(미국 현지시간) 인근 호텔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대사관 인턴 직원인 미국 시민권자 교포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20대 여성은 현지 워싱턴DC 경찰에 성추행 범죄를 신고하면서 "용의자가 허락없이 엉덩이를 움켜 쥐었다(grabbed)"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 보고서에 기재돼 있다고 한다. 미주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USA' 등에서는 "윤창중이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는 글이 올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방미수행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경질 사유를 밝혔다.

미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구체적인 혐의야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처신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추태다. 대통령의 정상 외교를 언론에 설명하고 알리는 책임자가 술에 취해 성추행 의혹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방미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온 국민의 낯을 뜨겁게 만드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대변인이 전하는 말은 곧 국정 최고책임자의 말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의 입을 통해서 전해 들은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어느 정도이겠는가. 특히 한반도 주변정세 악화로 국제사회가 관심있게 지켜본 가운데 이뤄진 박 대통령의 방미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품위의 훼손까지 거론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터진 것은 국익 외교에 먹칠을 한 셈이다.

물론 윤 전 대변인 개인의 잘못으로 박 대통령 정상외교의 공(功)이 일거에 평가절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방미는 그 성과와 무관하게 어떤 식으로든 빛이 바랠 수밖에 없게 됐다. 새누리당마저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고 국가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은 예고된 참사"라며 "국가 품위를 손상시키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향후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온 박근혜정부는 오히려 국가적 수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현지 언론과 외신들도 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다고 하니 경우에 따라서는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극우 보수 논객'으로 대선 기간 야당 후보와 야권 지지세력에 맹비난을 퍼부은 그는 박 대통령 당선 닷새만에 '당선인 수석 대변인'으로 깜짝 발탁된 이래 늘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작년말 대통령직 인수위 1차 인선안을 발표할 당시에는 테이프로 밀봉된 봉투를 기자들 앞에서 뜯어 '밀봉인사'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불통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거듭 요직에 기용해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 미국경찰이 수사 사실을 발표하기에 앞서 윤 전 대변인이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한 것으로 드러난 점은 향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도 "청와대의 대응은 범죄자의 도피를 방조한 안일하고 비겁한 조치"라며 "미국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기 직전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도망시킨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 새삼 입증됐다. 사전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 '예고된 인재(人災)'를 미리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피해자 측의 일방적 주장만 알려져 있어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 조심스런 면도 있다. 그러나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이번 사태의 진상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면 대국민 사과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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