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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사건' 전말은…美경찰 수사착수에 귀국(종합2보)

송고시간2013-05-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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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여성 "호텔바서 성추행ㆍ룸서 만취상태 알몸 행각" 尹 귀국후 靑민정수석실 조사받아…변호사도 선임한듯'자진 귀국' vs '권유 귀국' 놓고 '진심게임' 가능성

(서울ㆍ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신지홍 박성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벌어진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급거 귀국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건 전후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워싱턴 경찰 당국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발생 시간은 7일 오후 9시30분이며, 종료 시간은 30분 뒤인 오후 10시로 돼 있다.

또 피해자가 전화로 경찰에 신고를 한 시간은 다음날인 8일 낮 12시30분으로 적시돼 있다.

사건이 발생한 날 박 대통령의 일정은 한미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김용 세계은행총재 접견,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 등 4개였다.

청와대가 계획한 일정표에는 기념만찬이 끝나는 시간이 오후 7시30분으로 돼 있어 윤 전 대변인은 이 행사에 참석하고 나서 사건이 발생한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에 간 것으로 보인다.

◇인턴 여대생과의 술자리 = 현지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이 호텔 바에서 심야에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채용한 젊은 여성인턴과 술을 마셨다. 미국 시민권자인 이 여성은 대통령 방미 행사를 위해 대사관에서 임시채용했으며 윤 전 대변인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여성은 호텔바에서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 추행을 했다고 미국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다른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만취가 된 상태에서 다음날 새벽 인턴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호텔 룸으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턴 여성은 처음에 윤 전 대변인의 호출에 거부했지만 그가 욕설을 퍼붓자 어쩔 수 없이 룸으로 갔다는 것이다. 룸 안에서 윤 전 대변인은 거의 알몸 상태로 있었다는게 피해 여성의 진술이다.

이후 피해 여성은 미국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미 경찰은 신고를 받자마자 피해 여성이 묵고 있는 호텔로 출동, 진술을 확보했다. 이어 주미대사관에 윤 전 대변인의 신원확인을 요청했다.

◇청와대 수행팀 '사건 인지' 경위와 시점 = 윤 전 대변인이 미국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음을 알아챈 시점은 8일 오전 7시30분에서 8시 사이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전광삼 대변인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피해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울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곧바로 이남기 홍보수석을 만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뒤 급히 귀국해야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 청와대팀도 '윤창중 사건'을 인지하게 됐다는 얘기가 된다. 이 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의 미국 의회 양원 합동연설장에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전광삼 선임행정관과 상의하라"는 말을 들은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전 선임행정관에게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수도 있고, 수사공조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귀국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자진 귀국' vs '권유 귀국' = 이후 윤 전 대변인은 미국에서 수사를 받는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여겼는지 곧바로 나홀로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 선임행정관은 "윤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을 누가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은 청와대의 '권유'로 귀국길에 올랐다고 주변에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자진 귀국'이냐, '권유 귀국'이냐를 둘러싸고 진실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에 '늑장 보고' = 이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윤 전 대변인이 중도 귀국한 사실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 다음날인 9일 오전에야 보고했다.

이 수석은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타이밍도 잡기 어려웠다"며 "9일 오전 창조경제리더 간담회가 끝난 뒤에 잠깐 시간이 있어 그때 보고를 했고, 이후 곧바로 윤 대변인 경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어떤 말을 했느냐"고 묻자 "정확한 말씀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문제는 철저하고 단호하게 해야 할 것이다'라는 뉘앙스의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이날 낮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대통령전용기가 출발하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대신 비슷한 시간대인 오후 1시35분께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단과 함께 묵은 자신의 숙소에 놓아둔 짐도 그대로 내버려둔 채 황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미 경찰에 체포될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 청와대 민정실 조사받아 = 윤 전 대변인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았고 변호사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에서 윤 전 대변인은 "샤워를 하고 있는데 인턴여성이 보고를 위해 올라왔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은 "내가 토요일 자진사퇴하겠다. 기자회견을 하고 해명하겠다"고 청와대 측에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청와대 윗선에 보고된 직후 윤 전 대변인은 전격 경질됐다.

청와대 측은 미 경찰이 주미대사관에 신고사실을 통보하는 등의 과정에서 사건의 발생 사실은 어렴풋이나마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해 여성측이 사실파악 등을 위한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해 사건의 전모까지는 파악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에 윤 전 대변인은 방미단에 보고도 없이 도망가 듯이 귀국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수석은 "윤 대변인을 만나 성추행과 관련된 얘기를 들었지만 미국 의회 연설 직전이어서 너무 바빴고 자세한 정보도 없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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