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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사태 '초기 상황조사' 논란.."대혼란 원인"(종합)

송고시간2013-05-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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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인턴ㆍ관련 직원 모두 흥분..현장에선 '우왕좌왕'외국행사시 대응 매뉴얼 부재.."미국법 변호사 자문만 받았어도"문화원 상부ㆍ현지 채용 인턴직원 '인식 괴리감'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정황들이 전해지면서 초기에 전파됐던 내용과 다른 점들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인턴이 7일(현지시간) 밤 워싱턴DC 시내의 W호텔 지하바에 있었던 시간이나 다음날(8일) 새벽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 윤 전 대변인의 방에서 벌어진 일 등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진술이 엇갈리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이 나오고 있다.

주미대사관 관계자와 당시 상황에 직접 관련됐던 사람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워낙 정신없는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패닉상황이 연출됐고, 그로 인해 냉정한 판단과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이 끝나고 다음날 상하원 합동연설이라는 대형 외교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서울에서 온 청와대 실무팀이나 주미대사관 지원팀 모두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순식간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법에 대한 이해부족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경찰보고서 `발생 시간' 정확한가 = 연합뉴스가 초기에 입수한 워싱턴DC 경찰 당국의 사건보고서에는 '성추행'이 발생한 시간은 7일 오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이며 8일 오후 12시 30분에 전화로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적시돼 있다.

이 보고서는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됐다.

또 윤 전 대변인도 11일 서울 기자회견을 통해 `30분간 화기애애하게'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같이 있던 운전기사에 따르면 술자리는 오후 9시30분부터 자정에 가까운 시간(11시45분 또는 자정 넘어)까지 진행됐다.

무려 2시간 가까운 시간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 인턴이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진술을 하다보니 착각했을 수 있지만 윤 전 대변인까지 비슷한 시간을 언급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14일 "인턴은 워낙 경황이 없었고, 실제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문화원 여직원이 가세해 혼선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도 술에 취한 상황에서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거나 경찰보고서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유추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심야까지 술을 마신 것을 공개하기 꺼려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경찰보고서에 접수된 신고시간 '오후 12시30분'도 논란이다. 청와대의 조사결과와 관련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 인턴과 함께 있던 문화원 여직원이 경찰에 전화로 신고한 것은 8일 오전 7시30분에서 8시 사이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연합뉴스는 '오후 12시30분'에 대해 "정황상 신고시간은 8일 오전 0시 30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워싱턴DC 경찰이 페어팩스 호텔에 와서 진술을 받는 등 초기 조사절차를 밟는 과정을 거쳐 최종 기록시간을 적은 것일 수 있지만 '가해자'가 한국의 청와대 대변인임을 파악하고 후속 조치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미대사관 측이 미국 국무부 등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해받았다고 한 것으로 볼 때 현지 경찰의 움직임을 유추할 수 있다.

◇문화원 '초기 상황판단' 미스와 '묵살' 가능성은 = 이번 사태 초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등장하는 것이 문화원의 초기 상황 판단이다.

윤창중 '성추행 논란' W호텔 와인바
윤창중 '성추행 논란' W호텔 와인바

윤창중 '성추행 논란' W호텔 와인바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이치동 특파원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여성 인턴과 술을 마시려고 들렀다는 워싱턴 시내 호텔의 와인바 내부 모습. 2013. 5.14
lwt@yna.co.kr
lcd@yna.co.kr

피해인턴은 7일 밤 W호텔에서 윤 전 대변인이 자신에게 한 행위를 주변의 다른 인턴과 문화원 직원에게 알렸다는 전언이 돌고 있다.

이런 내용은 계통으로 볼 때 문화원 상부, 즉 최병구 문화원장과 문화원 서기관에까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정리하고 다음날 상하원 합동연설 실무준비에 주력하던 주미대사관과 문화원 측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황에서 '우왕좌왕했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피해인턴과 다른 인턴들은 이를 '묵살' 또는 '은폐' 시도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면서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하는 말들이 도는 등 정확한 진상보다는 "무슨 일이 벌어졌다더라"는 소문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음날 새벽, 그러니까 피해인턴이 다시 윤 전 대변인의 방에 갔다 돌아온 이후 피해 인턴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는 얘기를 최병구 문화원장 등이 전해들었다.

최 원장 등은 이때부터 심각함을 느껴 피해인턴의 방에 가서 10여분간 전날 밤과 이날 새벽의 일들을 파악하게 됐다. 최 원장은 그후 곧바로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최 원장은 다시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함께 피해인턴의 방으로 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미 한국문화원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에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8일) 오전에 피해 여성인턴이 호텔방에서 울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동이 벌어졌다"면서 "이에 따라 관계자들이 달려갔지만 울고불고 하면서 문을 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화원의 여직원이 그 인턴과 호텔방에 같이 있었다"면서 "문을 걸어잠그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인턴과 함께 호텔방에 있었던 한국문화원 직원은 성추행 사건을 워싱턴DC 경찰에 대신 신고한 여성이다. 최근 사의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최 원장이 가해자인 윤 전 대변인과 다시 피해인턴 방을 방문했다고 전하고 있으나 최 원장은 현재 이 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문화원 측은 윤 전 대변인이 따로 인턴을 면담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 원장은 윤 전 대변인과 동행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관심은 이 당시 문화원이 피해인턴의 진술 등을 토대로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과연 어떤 것이냐가 쏠린다.

문화원 관계자는 "피해인턴의 말을 정리해 청와대 측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피해자의 말을 토대로 작성된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여기에는 직접 당사자인 윤 전 대변인의 '설명'이 포함돼있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또 피해자는 물론이고 주변의 관련된 사람들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진술이 이뤄졌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미시USA'에 올라온 글에는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당시 현장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윤 전 대변인을 전격적으로 귀국시키기로 한 배경에는 문화원이 제공한 '초기 상황판단'이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관측된다.

또 문화원 측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 피해인턴은 물론이고 동료 인턴들과 주로 현지에서 채용된 다른 문화원 직원들이 "은폐하려는게 아니냐"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현지 소식통은 "워낙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일이 순식간에 진행됐다"면서 "이제라도 정확한 내용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법체계에 정통한 전문가에게 긴급하게라도 자문을 구했더라면 초기 대응을 보다 현명하게 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소식통은 "외국에서 진행되는 대형 외교이벤트는 직간접으로 개입된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돌발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것에 대비해 대응 매뉴얼을 사전에 충분히 마련해놓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어야 한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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