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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제조사 밀어내기에 고통'…대리점주 자살(종합)

송고시간2013-05-1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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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류업체 '밀어내기' 압박에 대리점주 자살
전통주류업체 '밀어내기' 압박에 대리점주 자살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국내 굴지의 전통주 제조사의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와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대리점주 이모(44)씨는 14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 있는 자신의 대리점 창고에서 연탄을 피워놓고 자살했다. 사진은 이날 이모씨가 운영하는 대리점 모습. 2013.5.14
tomatoyoon@yna.co.kr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국내 굴지의 전통주 제조사의 대리점주가 본사로부터 물량 밀어내기와 빚 독촉 압박에 시달렸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통주 제조사의 인천 부평지역 대리점 점장인 이모(44)씨는 14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대리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창고 안에는 다 타들어간 연탄 2장이 남아 있었고 달력 4장의 뒷면에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대리점 경리 김모(31·여)씨는 경찰에서 "점장님 지인께서 점장님과 연락이 안된다며 찾아보라고 해 창고에 가 봤더니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계셨다"며 "느낌이 이상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자살 직전 유서를 쓰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동료 대리점장 3명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은 급히 경리 김씨에게 연락해 이씨를 찾아보라고 했지만 이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본사로부터 물량 밀어내기 압박을 당해 왔으며 빚 독촉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씨는 유서에서 '남양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 밀어내기? 많이 당했다. 살아남기 위해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 권리금을 생각했다'고 적었다.

부천의 모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조문 온 이씨의 지인들은 이씨가 최근 본사의 채무 상환 독촉에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모 주류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3년 권리금 5천만원을 주고 부평대리점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는 권리금 5천만원에 인천시 서구의 대리점을 추가로 인수했다.

그러나 제품 판매가 부진해 적자가 늘어났고 이씨는 집을 담보로 본사에 1억원가량의 빚도 지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료 대리점주는 "이씨가 최근 죽고 싶다고 말하는 등 대리점 운영과 관련해 심적 고통을 심하게 겪었다"며 "본사는 잘 안 팔리는 주류 입고를 압박했고 유통기한이 지나도 반품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본사에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가 대리점 영업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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