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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대리점주 자살…'밀어내기' 압박감 토로(종합)

송고시간2013-05-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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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제조사 밀어내기에 고통'…대리점주 자살
'전통주 제조사 밀어내기에 고통'…대리점주 자살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전통주 제조사의 인천 부평지역 대리점 점장인 이모(44)씨가 지난 14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대리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창고 안에는 다 타들어간 연탄 2장이 남아 있었고 달력 4장의 뒷면에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본사로부터 물량 밀어내기 압박을 당해 왔으며 빚 독촉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담겼다. 사진은 15일 오전 1시께 경기도 부천시 이모씨의 빈소 모습. 2013.5.15
tomatoyoon@yna.co.kr


배상면주가 "매출부진이 자살 이유"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가 14일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에 못이겨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이모(44) 씨는 14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 부평동에 위치한 자신의 대리점 술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본사의 제품 강매와 빚 독촉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이씨는 자살하기 전 달력 4장의 뒷면에 남긴 유서에는 "10년을 본사에 충성하고 따랐는데 대리점을 운영하며 늘어난 빚을 갚으라는 협박을 견딜 수 없다"고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유서에서 "남양은 빙산의 일각. 현금 5천만원(권리금)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주류 대리점업)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판촉)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라고 본사의 횡포를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2003년부터 대리점을 운영했으며 신제품이 출시된 2010년께부터 막걸리 판매를 강요받았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당시 이씨는 신제품 판매를 위해 냉동 탑차 3대를 각각 2천만원에 구입했으나 제품 판매가 안 돼 적자가 쌓여간 것으로 전해졌다.

◇ 배상면주가는 어떤 회사 = 1996년 8월 설립됐다. 국순당의 설립자인 배상면 회장의 셋째 아들 배영호 사장이 세운 전통술 판매회사다.

1996년 경기 포천시에 전통술연구소·전통술 박물관을 열었다. 이 박물관에는 옛 사람들의 술 빚던 과정이 여러 유물, 모형, 사진자료 등으로 알기 쉽게 정리돼 있다.

지하 1층은 우리술 연구소, 1층은 우리 술 체험마당, 2층은 술 빚는 도구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배상면주가는 1996년 11월 국내 최초로 전통술 박람회를 열었다. 이듬해 2월 백하주, 활인18품, 흑미주, 천대홍주 등 전통주 4종을 출시했다. 1999년에는 벤처기업으로 지정됐다.

2000년 전통술 전문 가맹점 관리회사 넥스터를 설립했다. 2003년 산자락, 오매락을 출시했다. 2005년 샌프란시스코 국제 와인 컴피티션에서 은메달(산사춘), 동메달(자청비)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06년 차례술, 대포를 내놨다.

'전통주 제조사 밀어내기에 고통'…대리점주 자살
'전통주 제조사 밀어내기에 고통'…대리점주 자살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전통주 제조사의 인천 부평지역 대리점 점장인 이모(44)씨가 지난 14일 오후 2시 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대리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창고 안에는 다 타들어간 연탄 2장이 남아 있었고 달력 4장의 뒷면에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본사로부터 물량 밀어내기 압박을 당해 왔으며 빚 독촉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담겼다. 사진은 15일 오전 1시께 경기도 부천시 이모씨의 장례식장 앞에 전통주 제조사 본사가 보낸 화환이 버려져 있는 모습. 2013.5.15
tomatoyoon@yna.co.kr

2007년 산사춘이 제1회 대한민국 주류품평회 명품주로 선정됐다. 2008년 민들레대포를 출시했고, 2009년 2월 일본의 슈퍼마켓 체인 연합인 '재팬 셀프서비스 어소시에이션'의 초청으로 슈퍼마켓 트레이드쇼에 대포막걸리를 출품했다.

2000년대 후반 전통주 창업시장에 뛰어든 배상면주가는 현재 직영 6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자본금은 30억원이다. 배영호 사장이 57.6%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고 특수관계자(부인)인 최선주 씨가 13.8%를 갖고 있다. 경기벤처펀드 1호(산업은행)와 아시아벤처금융은 1999년 회사 설립 당시 투자해 10.6%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주류업계 '밀어내기' 관행 실태는 = 소주·맥주·위스키 등 주류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만드는 회사가 직접 판매에 나설 수 없는 데다 주류유통면허를 갖고 있는 도매상이 소매점이나 식당에 공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출고실적을 합산하는 월말이 되면 도매상에 술을 그냥 보내거나 잘 안 팔리는 술을 많이 판매되는 술에 끼워 억지로 떠안기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도매상은 팔리지 않는 물량의 술을 떠안고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출고실적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산하다 보니 업체간 치열한 경쟁 때문에 일단 술을 만들어 대리점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상면주가는 소주나 맥주와 달리 유통기간이 짧은 전통주를 만들다 보니 대리점에 '밀어내기' 압박을 더 심하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상면주가는 결코 물량 밀어내기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점주가 진 빚 1억2천만원의 경우에는 돈을 제때 지불하지 않고 미리 받은 물품 대금이 쌓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대리점주는 한때 월 7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최근 월 1천200만원으로 감소했다.

대리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전통주류 시장이 침체한 탓이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리점주의 자살이유가 매출 부진에다 다른 가정환경상 채무 압박이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hun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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