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들이 본 주류업체의 '밀어내기' 현실
송고시간2013-05-15 15:43
"월별 판매목표량 설정…재고 생기면 반품 안돼 대리점 손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손현규 기자 = 국내 굴지의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의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상면주가 측은 15일 '선입금 후출고'라는 독특한 주류 거래 시스템 때문에 물량 밀어내기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행태가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아 왔다고 주장했다.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는 "예전에는 배상면주가가 한 달에 대리점 별로 2천500만원어치 판매 목표량을 줬다"며 "그러나 판매실적이 좋은 대리점도 한 달에 2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팔다가 못 판 물건은 재고로 쌓이는데 유통기한이 지나면 본사가 반품을 안 받아주기 때문에 목표량 미달 금액만큼 빚이 쌓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배상면주가가 '지역제한 해제'라는 미명 아래 대리점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회사 대리점에도 물품을 공급하겠다며 대리점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리점주는 "이렇게 되면 독점으로 팔던 구역에서 다른 회사 대리점이 권리금 없이 들어오는 꼴이 된다"며 "우리는 수천만원씩 내고 독점 판매권을 산 것인데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리점주도 배상면주가 측이 설정한 판매 목표량의 물품 대금을 선입금하지 못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점주는 "본사 영업부에서 판매 목표량을 설정하면 목표수량의 물품 대금을 입금시켜야 한다"며 "현금이 없어 입금을 못할 처지를 호소하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박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살한 대리점주 이모(44)씨가 유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판촉행사를 많이 했다'고 밝힌 것처럼 많은 대리점주들이 자구책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 판촉행사에 뛰어들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본사의 월 목표 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미니어처 술, 물병, 술잔, 비누 등 판촉품을 술집에서 손님들에게 선물하고 무료 시음행사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원래는 판매량의 2∼3%를 판촉비로 본사가 지원하는데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판촉비는 대리점이 토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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