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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서 손도 못잡아"…EU 성소수자 차별 여전

송고시간2013-05-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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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프랑스가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리고 포르투갈이 동성커플의 입양을 허용하는 등 동성결혼에 대한 법적 제약이 속속 철폐되고 있지만 정작 현실 속에서의 성적 소수자 상당수는 여전히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17일(현지시간)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자녀 입양을 허용하는 동성결혼 법안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의회를 통과한 동성결혼법안은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곧바로 공포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주일 안에 첫 동성 결혼식도 열릴 전망이다.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포르투갈 의회는 같은 날 동성결혼 커플의 입양할 권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성커플과 똑같이 타인의 자녀도 입양을 허용하자는 내용의 법안은 부결됐지만 앞으로 포르투갈 동성애자들은 상대 배우자 소생의 자녀를 함께 키울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동성애자의 권익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힘을 얻고 있지만 유럽에 사는 성적 소수자들은 여전히 차별과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유럽연합(EU) 기본권청(FRA)이 27개 회원국과 크로아티아에 사는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LGBT) 등 성소수자 9만3천79명(18세 이상)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성적 정체성과 관련해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이 47%에 달했다.

최근 1년 동안 겪은 신체적·성적 폭력이 성적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비롯됐느냐는 질문에는 59%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26%는 최근 5년 동안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협박을 받거나 폭력에 시달렸다고 답했다.

하지만 폭력을 당한 경우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43%에 달했으며 경찰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낼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그 이유로 꼽았다.

응답자의 66%는 공공장소에서 위협을 당할 가능성 때문에 동성 파트너의 손을 잡지 못한다고 답했다. 게이의 경우 74%, 레즈비언은 78%가 이같이 답변했다.

직장에서나 구직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은 20%였다. 유형별로는 트랜스젠더가 29%로 가장 높았다.

또한 응답자의 67%가 학창시절(18세 이전)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숨겼다고 응답했으며 학창 시절 동료 학생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당한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항목에서는 91%가 '그렇다'고 답했다.

유럽 내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17일 곳곳에서 벌어진 동성애 반대 시위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이날 러시아 정교회 사제 등을 포함한 동성애 반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소돔과 고모라는 필요 없다', '민주주의가 비도덕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이날 도심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게이 퍼레이드를 방해하고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16명이 다쳤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동성애자 등 100여명이 시가행진을 벌이던 도중 극우파(스킨헤드)와 러시아 정교회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다.

비비안 레딩 EU 법무ㆍ기본권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회원국들이 관련법을 개정하고는 있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실제 삶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성소수자들이 '2차 피해'를 두려워해 법정이나 경찰에 가는 것을 여전히 꺼린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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