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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범죄 미국서도 주요 현안 부상

송고시간2013-05-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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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70건…여군전투병 허용으로 증가 우려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 미국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에서는 최근 현역 병장이 여생도들의 샤워 장면을 몰래 촬영하다가 들켜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기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육사에서 발생한데다 최근 미군 내 성범죄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한 가운데 발생한 추문이어서 군 지도부를 당혹하게 했다.

한국 육사에서 축제 기간에 남자 상급생도가 여자 하급생도를 교내에서 성폭행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군내 성범죄는 최근 전 국민이 이목을 집중하는 현안이다.

미국 국방부가 이달 초 발간한 군내 성폭력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군내에서 발생한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은 무려 2만6천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70건이 넘는 셈이다.

지난 2010년 조사 때 1만9천300건으로 추산됐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5%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당국에 보고된 성범죄도 지난 2011년 3천192건에서 지난해 3천374건으로 늘었다. 상당수 피해자가 신고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보고서가 발간되기 전날 공군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 담당관인 중령이 술에 취해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며칠 뒤에는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 내 제3군단에서 성폭력 예방프로그램 실무를 맡은 중사가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또 텍사스주 레이클랜드 공군 훈련기지에서 여자 사관후보생들이 교관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군내 성범죄가 국정 현안으로까지 부상하자 의회에서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급기야 최고사령관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은 잇따라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4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군내 성범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군 성폭력은 범죄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을 강하게 만드는 신뢰와 기강을 위협하는 행위"라면서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단호하게 이런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부에 군내 성범죄 해결 방안을 보고하도록 지시했으며, 국방부는 음담패설을 하다가 적발되는 군인에 대해 계급 강등 혹은 강제 전역 등과 같은 엄한 처벌을 내리는 내용의 긴급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헤이글 국방장관도 지난 25일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에서 "졸업생들은 이제 최전선에서 군내 성폭력과 맞서 새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군대인 미군에 이런 범죄는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악행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으로 군내 성범죄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국방부가 여군에 대해 사실상 모든 전투 보직을 개방하면서 남녀간 `칸막이'가 사라졌기 때문에 군내 성범죄가 오히려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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