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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다문화 1세대 첫 고위 공직자 이참 사장

송고시간2013-06-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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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모범국가로 성장할 잠재력 충분""이민자 2세·일반 자녀 함께 하는 다국어 놀이방 필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국 다문화 모범국가로 성장할 잠재력 충분"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국 다문화 모범국가로 성장할 잠재력 충분"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래문화와 고유문화가 공존, 공생해 온 한국은 다문화 모범국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며 "이주민 차별은 반한 감정 고조, 한국산 제품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국익차원에서 외국인과 이주민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13.6.2 << 다문화부 기사 참조>> << 한국관광공사 제공>>
youngbok@yna.co.kr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진짜 한국인이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진짜 한국인이라고 답한다. 외래문화와 고유문화가 공존, 공생해 온 한국은 다문화 모범국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귀화 외국인으로 첫 고위 공직자에 오른 다문화 원조세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1978년 종교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의 아름다움과 잠재력에 매혹돼 한국에 정착했다. 이 사장은 1982년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1986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 사장은 한국 정착을 결심할 당시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등 다양한 외래문화와 고유문화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고 한국이 앞으로 세계에서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사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25 전쟁을 전후해서 일시적으로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생겼지만 한국은 원래부터 다양한 문화가 공존, 공생했던 사회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회 일각에서 다문화 반대 움직임이 있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그 강도가 현저히 낮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한국은 다문화 모범국가로 성장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역설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실질적인 폭력, 테러 등으로 발현되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감정이 뿌리깊지 않고 심각한 수준도 아니라는 것이 이 사장의 진단이다.

한국은 이주 역사가 사실상 십수년에 불과하지만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다양한 외래문화를 포용한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국은 개방적, 관용적 문화가 상당해 다문화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주요 공기업의 수장으로 임명된 것에서도 한국의 개방성과 다문화 모범국가로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 기관 등과 많이 접해야 하는 주요 보직에 외국 출신을 임명한 것은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이 사장은 말한다. 실제로 자신을 만난 많은 외국 관료들이 한국의 역발상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표시한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다문화 시대로 접어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국제화 시대의 최대 장벽으로 언어를 꼽은 이 사장은 결혼이민자 1세대 다수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언어 장벽이 대물림될 수 있다면서 언어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한국어 구사능력이 없는 이민자 자녀가 학교에 가면 특별반으로 분리돼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런 현상은 차별과 소외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민자 1세대도 한국 사회에 융화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고 2세대에 대해서는 부모와 사회 전체의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지론이다.

이 사장 본인도 1994년 TV드라마 '딸 부잣집'에 둘째 사위로 출연할 당시 2m에 육박하는 벽안의 외국인이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인기상을 받았다.

한국어 구사가 가능해지면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녹아들 힘이 된다고 이 사장은 강조한다.

그는 이민자 2세 언어 교육 방법으로 동사무소나 마을회관 등에 '다국어 놀이방'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국어 놀이방에서 한국 어린이와 이민자 2세가 함께 어울리면 윈윈(win-win)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이 시장은 설명한다. 한국 어린이는 영어 등 외국어와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고 이민자 2세는 한국어 학습과 함께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어 거부감없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애착을 가질 수 있다고 이 사장은 말한다. 자신이 사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 적응과 융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 문화, 역사, 철학 등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이 사장은 귀화 당시 이름을 한국을 돕겠다는 뜻의 '이한우(李韓佑)'로 지었다가 이후 한국사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 현재의 '이참(李參)'으로 개명했다.

이 사장이 2009년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내세운 경영철학인 '삼관오림'은 그의 한국 문화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삼강오륜에서 따온 삼관오림은 '관찰', '관심', '관계'라는 삼관과 '떨림', '끌림', '어울림', '울림', '몸부림' 등 오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장은 한국 기업들도 다문화 사회 정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독일에 파견한 한국 간호사와 근로자들은 파독 당시 독일 근로자들과 거의 같은 대접을 받았다"면서 "독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된 이들의 입으로 독일 제품이 소개되면서 독일도 혜택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국제화 시대에 이주민 등을 차별하면 반한(反韓) 감정 고조와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익 차원에서도 외국인과 이주민 등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youngb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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