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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50만명시대 다문화 2세의 현재와 미래

송고시간2013-06-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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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2세'에 포함되지 않는 제도권 밖 2세들 많아

다문화 어린이들, U-Fashion 체험
다문화 어린이들, U-Fashion 체험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지난 5월 6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옷을 입지 않고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는 U-Fashion을 체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어린이날 특별 이벤트로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교사 20여명을 초청해 정보통신기술의 미래를 체험하는 행사를 열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지난해 5월 '다문화 가정 출신 방화범'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 모(18) 군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친권자인 할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정 군은 다문화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 설립자 김해성 이사장에게 입양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곽경택 영화감독이 방화사건을 소재로 정 군이 출연하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실제로 김 이사장은 정 군이 두달 동안 병원에 격리돼 정신과 치료를 받고 넉달 동안의 교정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동안 정 군과 연락을 취하면서 그가 다시 인생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애썼다. 그러나 올봄 자유의 몸이 된 정 군은 얼마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김 이사장은 "이미 아이가 아닌데다 세파에 많이 시달린 상태라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서 "정 군 사건은 한국의 다문화가정 2세 아이들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방치될 경우 한국사회가 어떤 미래를 맞게 될 것인지를 예고하는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정 군 사건을 시작으로 한동안 다문화가정 2세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정부는 이들만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이들의 사회적 이탈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올해에도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2013년도 시행계획'에 따라 다문화가정 자녀가 많이 다니는 학교에 한국어교육과정(KSL)이 운영되고 있고 다문화가족 자녀를 위한 이중언어강사도 늘리고 있다.

또 다문화가족 자녀가 취학 전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는 예비학교도 지난해 26개교에서 올해 50개교로 늘어나고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지출되고 있는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비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다문화가정 2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혼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다문화가정을 꾸린 외국인은 4월말 현재 14만9천386명이고 결혼한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을 합치면 22만여명에 이른다.

이들 외에 결혼 이외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결혼한 경우까지 합하면 결혼이민자는 26만7천명에 달한다. 또 외국인들 끼리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기도 한다.

이처럼 다문화가정 2세 통계에 누락된 이들은 정부의 다문화정책이나 각종 지원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피부색은 달라도 우리는 하나!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지난 5월13일 열린 '제32회 세종문화상 시상식'에서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이 축하공연을 펼쳤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으로 재혼이주한 부모를 따라 뒤늦게 들어오는 중도입국자녀도 해마다 늘고 있다.

중도입국자녀는 지난해 4월 현재 4천288명으로 전년보다 2천명 가량 증가했으며 이들 중 정규학교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2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어를 전혀 못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레인보우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이현정(52) 단장(전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장)은 제도권 밖으로 이탈한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4월 현재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자녀 수는 4만6천954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1.4%, 2006년보다는 5배 늘어났지만 자퇴 등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교 이탈하는 비율이 일반 학생들에 비해 여전히 높다.

이 단장은 "학교 범위를 벗어난 아이들은 정부나 기업이 제공하는 다문화정책 및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돼 사실상 방치되는 셈"이라며 "특수학교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과는 별도로 제도권 밖의 이주민 자녀를 위한 별도의 시설이나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2세 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내국인 아이들의 다문화인식 전환 문제이다.

전문가들은 '리틀 싸이'로 잘 알려진 황 모 군이 베트남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일을 지적하며 우리 사회에 반(反)다문화 정서를 불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 가나 엄마에게서 낳은 아이 셋을 돌보고 있는 지구촌학교 김 이사장은 "한국에서 태어난 순수 한국 아이들인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아이들 중 하나는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지구촌 어린이마을'을 설립해 불법체류자 자녀를 포함한 다국적 아이들 50여 명을 수용했다"면서 "앞으로 3년 내 군에 입대할 다문화가정 2세가 4천 명에 이르는 등 앞으로 이들의 사회진출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어릴 적부터 피부색이 달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2년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가정을 이룬 독일 출신의 이 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사무소나 마을회관 등에 '다국어 놀이방'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런 시설을 만들면 한국 어린이와 이민자 2세가 함께 어울리면 말도 배우고 피부색에 의한 차별의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초·중학교 교과서에 다문화 관련 내용을 수록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지만, 더 어릴 때부터 다양성을 몸으로 체득하게 만들어야 정 군이나 황 군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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