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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格' 논란…北의 '黨국가체제'서 비롯

송고시간2013-06-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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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상대할 北 내각 카운터파트 없어…회담때마다 다툼 예상

읽지 못한 현수막
읽지 못한 현수막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2일 오전 그랜드힐튼 호텔에 마련된 남북당국회담장이 철거되고 있다. 이날 예정됐던 남북당국회담은 지난 11일 수석대표 '격(格)'을 놓고 대립하던 끝에 무산됐다. 2013.6.12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남북당국회담 무산 원인이 됐던 남북 대표들의 격(格)과 급(級) 논란이 12일 계속됐다.

남북간의 이번 '격' 논란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특수한 '당(黨) 국가체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당 국가체제인 북한에서는 노동당이 모든 국가기구보다 권력구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에 쟁점이 됐던 통일전선부도 역시 노동당 산하 전문부서다. 게다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당 중앙위 비서국 소속 대남담당 비서를 맡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정부기구인 내각에는 우리의 외교부에 해당하는 외무성은 있지만 통일부와 같은 조직은 없다. 이 때문에 이번과 같은 격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북측은 노동당 우위의 구조 등을 들어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의 통일부 장관보다 위상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이런 인식은 과거 남북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994년 6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판문점 남북 예비접촉에서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의 상대는 이홍구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었다.

2007년 남북총리회담 예비접촉에서는 우리 측은 이관세 통일부 차관이 나섰고, 북측에서는 노동당 외곽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전종수 서기국 부국장이 단장으로 나왔다.

먹구름 낀 남북정세
먹구름 낀 남북정세

(파주=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1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관광객들이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다. 2013.6.12
uwg806@yna.co.kr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이 남측의 통일부 차관 카운터파트 역할을 했던 만큼 조평통 서기국 국장은 남측의 통일부 장관이 상대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런 과거의 관행을 비정상적이자 불평등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남북관계와 국제 스탠더드를 거론하며 바로잡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대화라는 것은 격이 맞아 서로 수용해야지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다"면서 북측을 비판했다.

문제는 남북의 기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박근혜 정부 5년간 남북대화는 매번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다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자칫 노동당 외곽기구의 지위 논란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당 외곽기구인 조평통에 대해 "공식적인 당국이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지만 하지 않았다"면서 조평통의 지위를 살짝 건드렸다.

실제 정부가 노동당 외곽기구의 지위 문제를 들어 회담을 거부한 적도 있다.

지난 2011년 1월 북측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회담문제를 협의할 실무접촉을 제의한 데 대해 당시 통일부는 "당 외곽단체로 공식적으로 북한의 당국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회담을 거부했다.

국가체제가 상이한 데서 비롯된 남북 간의 격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남북이 상대에 대해 보다 진정성을 갖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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