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물류창고 공사중 사망사고…총체적 부실(종합)
송고시간2013-07-01 18:24
도면 규정 10분의 1 크기 볼트로 기둥 고정근로자 추락 대비 안전장치 전무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광주의 롯데칠성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고 조사 과정에서 부실시공 정황과 안전관리 미흡이 드러났다.
사고가 난 대형 H빔 기둥은 설계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격의 볼트로 고정돼 있었고, 고정을 돕기 위한 철근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10m 높이의 H빔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에게는 안전모만 주어졌을 뿐 로프 등 추락에 대비한 보조장치가 제공되지 않았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5월 30일 발생한 광주 북구 양산동 롯데칠성 음료 광주공장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 안전사고와 관련, D 건설 현장소장 전모(55)씨 등 3명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D 건설은 H빔 설치를 맡은 하도급업체다.
경찰, 노동청, 산업안전공단의 조사결과 이 물류창고는 설계도면상 70cm 길이의 대형 볼트(나사)로 H빔 기둥의 4면을 땅속에 고정하도록 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5.5cm 길이의 볼트를 박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의 압력 등으로부터 건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통상 기둥을 지면에 고정하는 볼트를 깊게 박고 볼트 주변에 철근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지만 이 현장에는 철근은 아예 설치조차 돼 있지 않았다.
당시 창고 기둥을 세우기 위해 H빔 20여 개가 설치 중이었으며, 이들 H빔은 철 소재의 줄로 연결돼 있어 하나가 기울거나 무너지면 다른 기둥도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경찰은 공사비용과 기간을 줄이기 위해 도면과 다른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시행사 등까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안전 규정을 지키며 도면대로 공사가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원청의 감독 여부와 감리 등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해 과실이 입증되면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공사 하도급 과정을 조사하는 한편 롯데칠성 측이 부실시공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관리상의 책임을 소흘히 했을 가능성도 파악 중이다.
이 공사현장에서는 지난 5월 30일 오전 9시 56분께 10m 높이의 H빔이 갑자기 기울면서 빔 위에서 일하던 전모(46)씨가 추락해 숨지고 장모(30)씨는 중상을 입었다.
이 창고는 애초 지난 6월 30일 완공예정이었으나 사망사고로 공사가 일시 지연되면서 이달 12일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공사업체 측은 지난 6월 5일 광주지방노동청으로부터 기둥 고정 볼트를 원래 도면대로 박고 안전망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고 다음날부터 공사를 재개했다.
시행사 측은 문제의 H빔은 실무자가 임의로 볼트를 짧게 잘라 설치한 것으로 나머지 19개의 H빔은 설계도면에 따라 정상적으로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시행사 측은 당시 비가 내려 작업이 밀리면서 문제의 H빔만 따로 시공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사고 이후 문제점을 확인하고 노동청 지시로 재시공을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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