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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소년 총격살해 백인에 무죄…'인종차별' 美시끌(종합2보)

송고시간2013-07-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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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일제히 대서특필 정당방위냐, 인종차별이냐온·오프라인 비난 빗발…사회적 대논란으로 비화 조짐최초 흑인 법무장관 홀더, 인권단체 압박에 대응 고심

"짐머만은 거짓말쟁인데…"
"짐머만은 거짓말쟁인데…"


(AP=연합뉴스) 지난해 비무장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에 대한 재판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제18순회법원 배심원단이 13일(현지시간) 정당방위로 인정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의 무죄평결 후 데버러 넬슨 판사가 이를 확인하는 최종판결을 내리고 짐머만의 석방을 선언하자 검찰은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짐머만은 '거짓말쟁이'라고 반발했고 미 전국 곳곳에서 인종차별이라고 비난하는 항의가 잇따랐다. 사진은 무죄판결 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벤자민 크럼프 검사의 모습.
marshal@yna.co.kr

(샌퍼드<美플로리다州>·마이애미 AP·AFP·dpa=연합뉴스) 미국에서 지난해 비무장한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29)이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나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 언론이 일제히 무죄 판결을 대서특필한 가운데 짐머만의 정당방위에 기운 이번 판단이 인종차별과 연관작용을 일으켜 뜨거운 사회적 논쟁을 고조시킬지도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제18순회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마틴을 사살한 짐머만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2급 살인 등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데버러 넬슨 판사는 이런 내용의 판단을 확인하는 최종 판결을 전하면서 짐머만의 석방을 선언했다.

이 사건은 짐머만이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샌퍼드의 한 편의점에 들른 후 귀가하던 마틴과 다툼하던 과정에서 그를 총격으로 숨지게 한 것이 요지다.

짐머만은 당시 마틴이 먼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살해 위협을 가했기 때문에 자신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건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마틴은 후드 차림이었으며, 소지품은 '스키틀스'(캔디류)와 '애리조나 아이스티'(홍차 음료)가 전부였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발생 초기 경찰이 짐머만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여 44일간 체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전국적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짐머만이 무죄라고?"
"짐머만이 무죄라고?"


(AP=연합뉴스) 지난해 비무장 흑인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에 대한 재판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제18순회법원 배심원단이 13일(현지시간) 정당방위로 인정해 무죄 평결을 내리자 이를 지켜본 시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배심원단의 무죄평결 후 데버러 넬슨 판사는 이를 확인하는 최종판결을 내리고 짐머만의 석방을 선언했다. 그러나 검찰은 짐머만이 '거짓말쟁이'라고 반발했고 미 전국 곳곳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marshal@yna.co.kr

마틴의 부모는 히스패닉계 백인인 짐머만이 인종차별적 동기로 마틴을 살해했으며, 경찰 또한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지역 흑인사회와 인권단체들의 주도로 시작된 항의집회는 샌퍼드와 인접한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뉴욕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자 플로리다주 검찰은 올해 4월 짐머만을 2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의 인종적 구성이 백인과 히스패닉이 각각 5명과 1명으로 흑인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그러나 평소 흑인 청년들에 의한 범죄가 빈번한 점에 불만을 가져온 자경단원이 흑인인 피해자에 의심을 품고 제멋대로 제재를 가한 것이라면서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짐머만은 "거짓말쟁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의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이날 오후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밤새 전국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시민 100여명이 곳곳에서 창문을 부수고 불을 지르며 경찰차를 공격하는가 하면 이 일대 주차된 차량과 건물 외벽에 경찰을 비난하는 그라피티를 그려넣는 등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워싱턴, 애틀랜타 등지에서도 대부분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위가 계속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비난 글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짐머만 무죄판결에 항의 시위
짐머만 무죄판결에 항의 시위


(AP/시카고 선-타임스=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비무장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이 무죄로 풀려나자 14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시민들이 이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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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shal@yna.co.kr

숨진 마틴의 남자형제인 자바리스 풀턴은 "미국, 너마저"라는 짤막한 트윗으로 심경을 대신했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는 줄리어스 시저의 명대사이자 배신의 아이콘인 '브루투스, 너마저'(et tu Brute)를 인용한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매히트의 흑인 선수 드웨인 웨이드도 트위터에 "내 어린 아들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올렸고, 유명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는 "무죄 판결은 미국민의 얼굴에 따귀를 날린 것과 같다"고 촌평했다.

오프라인상에서도 유명 흑인 스타나 단체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콘서트 중이던 비욘세는 잠시 공연을 중단하고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유명 래퍼인 영 지지는 마틴에 헌정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미 최대 흑인권익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는 법무부가 짐머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한 청원운동에 돌입했다.

NACCP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마틴은 짐머만에 살해된 그날 민권의 가장 기본인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했다"면서 "이제 법무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미국인들은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인 홀더가 짐머만을 상대로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할지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이 14일 전했다. 홀더 장관은 지난 4월 이번 사건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부모로서 이번 사건은 견딜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사건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나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일부도 이번 판결에 실망을 피력한 뒤 법무부가 이번 사건에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 법정 밖에 모여 있던 마틴의 유가족과 지지자들은 그야말로 분노로 들끓었다. 이들은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로 형사 재판은 일단락됐지만, 아직 민사소송의 가능성이 남아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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