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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재판으로 존립위기 처한 伊연립정부

송고시간2013-07-3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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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엔리코 레타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세금포탈 혐의에 대한 이탈리아 대법원의 최종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탈리아 7개 전국 채널 가운데 3개 채널을 보유한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 그룹 `미디어셋(Mediaset)'의 세금 횡령을 공모한 혐의로 밀라노 항소법원에서 4년 실형과 5년간 공직진출 금지 판결을 받고 이달초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30일부터 심리를 벌여 31일 저녁이나 다음달 1일께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재판이 단순히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개인에 대한 법률적 판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칫 레타 총리 연립내각의 존립기반을 흔들 수 있고 그 결과 아직도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 경제가 또다시 무정부 상태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탈리아 대법원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베를루스코니에 대해 유죄판결을 최종 확정하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레타 총리의 중도좌파 민주당(PD)과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 우파 자유국민당(PDL)의 불편한 동거가 위기를 맞게 되며, 이런 불확실성으로 유로존 3번째 규모인 이탈리아 경제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수있다는 것.

따라서 중도 온건파 정치인들은 정치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대법원이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최종 판결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실제 자유국민당의 강경파들은 아직 베를루스코니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지만 만일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확정하면 자유국민당 출신 정부 각료는 모두 장관직을 사퇴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항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유죄판결로 상원의원직을 내놓게 될 경우 그에게 의존해온 자유국민당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지 여부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민주당의 많은 당원들이 어쩔 수 없이 자유국민당과 `적과의 동침'을 하는데 대해 불만을 피력해온 상태여서 베를루스코니의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더이상의 동거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솔레 24 오레의 한 정치 평론가는 "베를루스코니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뜻밖에)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정치적 박해를 받은) 순교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고 동시에 민주당의 상당수 당원들은 더이상의 연정을 거부하는 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어느 정당도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어정쩡한 총선 결과로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로 두달간 위기 상태가 계속되자 지난 4월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의 어색한 연립정권을 출범하도록 막후 역할을 한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레타 총리는 이탈리아가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정치가 더이상 불안정한 상태에 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민주당과 자유국민당 모두 자칫 총선을 다시 실시할 경우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운동이 제3세력으로 급격히 떠오른 지난 2월 총선때보다도 못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이런 점을 고려해 당내 강경파를 자제시키면서 연립정부는 계속 존속돼야 한다는 발언을 계속해왔지만 자신에 대한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어떻게 입장을 바꿀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베를루스코니가 오는 9월 77세를 맞는 고령이어서 감옥 대신 가택연금 형태로 형기를 마치도록 할 가능성이 높고, 상원의원직을 박탈하는 것도 반드시 상원의 표결을 거치도록 돼있어 그 자체만 몇달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의 수가 되든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개인에 대한 유죄판결 여부에 따라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0년간 자신의 부와 언론 권력을 기반으로 각종 스캔들을 쏟아내며 이탈리아 정치를 주무르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시대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종언을 고할지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타협을 끌어내 연명해나갈지 지켜볼 시점이다.

rhe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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