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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묻지마 회장님' 김원홍은 누구인가

송고시간2013-08-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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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묻지마 회장님' 김원홍은 누구인가> - 1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김원홍이 사건을 주도·기획했고 김준홍은 심부름을 했다. 그 사이에서 최태원과 최재원이 뭘 했는가"

지난달 16일 항소심 15차 공판에서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부장판사가 한 말은 이 사건의 쟁점을 가장 핵심적으로 드러낸다.

대만 경찰에 현지서 체포된 김원홍 SK 전 고문은 항소심을 통해 SK그룹 총수 형제의 횡령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떠오른지 오래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달 22일 공판에서 스스로 진술한대로 최 회장 형제는 그를 10년 넘게 집안 웃어른처럼 받들었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최 회장을 'T'라고 부르는 대신 김씨를 '회장님'이라고 호칭했다.

특히 SK그룹 고위층은 김씨가 무언가 지시하면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이행해야 한다는 뜻에서 그를 '묻지마 회장님'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작년 7월 2일 김씨와 전화통화에서 '책임을 뒤집어 쓰라'는 지시를 받고 충격에 빠져 입이 돌아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조차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 게 그룹 내 불문율일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였다는 것이 여러 사람의 증언 내용이다.

최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도 김씨가 대만으로 도피하기 전 경기도 분당에 거주해 그를 '분당'이라고 불렀다.

물론 1961년생인 김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1살 더 많은 최 회장에게 놀랍게도 스스럼없이 반말을 썼다. 최 회장 형제는 김씨에게 깍듯한 존댓말을 사용했다.

1일 각종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김씨는 1998년 손길승 전 부회장 소개로 최 회장을 알게 된 뒤 한 달에 한 두 번씩 그를 만나왔다.

최 회장은 "김씨가 주가, 환율, 미 연준 이자율 등에 관해 정통했고 그 덕분에 나도 열린 시야로 경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해운 고문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SK그룹 총수 일가의 '멘토' 역할을 해 왔다.

김씨는 최 회장이 최종현 전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을 당시 상속세 납부 과정 등에서 최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엄청난 투자 수익을 올려 최 회장에게 돌려줌으로써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그룹 총수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은혜를 입은 것이다.

김씨는 최 회장한테서 100억원을 받아가면 일정 기간 지나 300억~400억원을 벌어 오는 놀라운 투자 수완을 발휘, 최 회장의 돈독한 신임을 얻게 됐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런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2005년부터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김씨에게 총 6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했다.

김씨는 2008년 6~8월 추가로 1천억원을 받은 뒤 곧 원금과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돌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08년 10월께 발생한 이번 사건은 그 연장선 위에 있었다. SK그룹 계열사 2곳이 출자한 돈 451억원이 김씨에게 송금된 것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김씨에게 홀려서 사기를 당했다"며 송금을 지시했다는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최 회장은 실제 SK그룹의 지주회사와 다름없는 SK C&C 지분을 제외한 전 재산을 김씨에게 보내고 돌려받지 못했다.

SK C&C 지분마저 상당량이 주식담보대출로 묶여있는 최 회장은 지난달 29일 김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반면 최재원 부회장은 김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지난달 16일 공판에서 "(아직) 한 달에 한 두 번씩 김씨를 만난다"고 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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