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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성균관리 허술…슈퍼박테리아 60명 집단전파

송고시간2013-08-0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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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아직 사망자 없고 일반인 감염 확률 낮아…모든 병원 내성균 보고 의무화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병원과 보건당국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내성균 감시·보고 체계에서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들어온 항생제 내성균,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가 짧은 기간 삽시간에 여러 병원에서 수십 명의 환자에게 퍼질 동안 제때 손을 쓰지 못하는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일반인은 이번에 확인된 내성균이 옮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중환자 등에게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인도에서 치료경력 있는 환자로부터 확산…10여개 병원 내성균 동시 전파 유례없어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 현재까지 파악된 '카바페넴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 세균(CPE)' 감염자는 모두 13개 병원의 63명에 이른다. CPE는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CRE)' 중에서도 더 위험한 종류다.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하고 다른 균주에까지 내성을 전달하는 능력을 갖춘 탓이다.

이들 환자 60여명로부터 나온 CPE의 유전자형을 조사한 결과 'OXA-232' 타입으로 거의 모두 같은 종류였다. 이 'OXA-232' 타입 CPE는 세계적으로 보고된 사례가 한 건밖에 없는 드문 종류다. 따라서 결국 이 희귀한 슈퍼 박테리아가 최근 국내로 유입되고 나서 빠르게 여러 병원의 여러 환자에게 퍼져 유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6건, 39건씩 국내에서도 CPE가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병원 13곳에서 같은 유전형의 CPE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보건당국은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지난 4월 이후 2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 항생제 내성균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내성균을 발견했다.

B병원의 중환자실 환자 31명 중에서 무려 23명에서 '카바페넴내성 장내 세균(CRE)'이 나왔고, 정밀 분석 결과 이전에 국내에서 보고된 적이 없는 종류의 CPE 'OXA-232' 타입이었다. 'OXA-232'는 이 특정 CPE가 분해하는 효소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보건당국의 추적 결과, 국내 최초 균 감염자는 인도에서 작업 중 부상을 당해 현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3일 뒤 우리나라 A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B병원으로 옮겼다. 세계적으로 처음 프랑스에서 보고된 CPE 'OXA-232' 보균자도 인도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국내 첫 감염자가 머물렀던 A병원을 조사하자 역시 3명의 'OXA-232' 타입 CPE 감염 사례가 확인됐고, 이후 대대적으로 감염자들의 병원간 이동 경로와 전파 여부를 따져본 결과, 60명이 넘는 환자로부터 같은 균이 나왔다.

◇ 얼마나 위험하나…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의 원인·중환자 쉽게 감염

CRE는 일반 장내세균처럼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주로 중환자실에 장기 입원하거나 면역체계가 떨어진 중증 환자들이 감염되기 쉽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B병원의 중환자실 환자 31명 중에서 23명으로부터 이 CRE가 확인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CPE 감염자 가운데 아직 사망 환자는 없다"며 "이 CPE의 병원성이 낮은 편이지만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된 경우에는 항생제 내성 때문에 치료방법이 제한적이지만, 항생제 콜리스틴 등을 사용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반인은 옮더라도 건강상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보건당국은 강조했다.

면역력만 정상 범위라면, 우리가 평소 장 속에 보유한 다른 수많은 종류의 장내 세균과 마찬가지로 이 내성균도 병원성을 띠지 않는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병원내 내성균 관리, 병원간 전파 등에 문제가 드러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반인들이 이 내성균에 공포를 느낄 필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모든 병원 내성균 의무적으로 보고"…보건당국 전수검사 추진

병원성이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고 아직 사망 사례가 없다고 해도, 위생적이어야 할 병원들에서 짧은 시간 동안 중환자실 환자들을 중심으로 60여명이상이 항생제 내성균에 집단적으로 감염된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CPE는) 다른 장내 세균과 마찬가지로 손 등에 묻어 음식물로 매개로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건당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법령을 고쳐 현재 몇 개 병원으로부터만 내성균 상황을 보고받는 '표본 감시' 체계에서 모든 의료기관에 반드시 관련 내용을 신고하게 하는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이번 B병원처럼 한 병원 안에서 내성균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경우 즉각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병원감염관리지침'을 보완하고 병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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