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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개편> "A/B형 1년만의 폐기가 '백년대계'?" 비판

송고시간2013-08-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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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영어 A/B형 맞춰 준비한 학생은 '도루묵'…문·이과 통합취지는 환영"중 3교실 "뭐가 뭔지 몰라…특목고·자사고 선택부터 고민"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적용된 모의고사 시험지<<연합뉴스DB>>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적용된 모의고사 시험지<<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고은지 기자 =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개편안을 두고 일선 학교는 크게 술렁였다.

국어·수학·영어를 수준에 따라 A/B형을 골라 보도록 한 선택형 수능이 올해 첫 시행되는데도 당장 내년부터 영어는 A/B형을 없애겠다고 발표하자 "정부가 바뀌면서 대입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개선안의 핵심인 2017학년도 수능개편안의 문·이과 완전융합안에 대해서는 전인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의 공부량이 늘어나 사교육 시장만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2017학년도 입시를 처음 적용받는 중3 교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대입전형을 간소화한다고 해놓고 수능 틀을 바꿔버리나"라며 "교육은 '백년대계'라며 안정성을 유지한다더니 당장 내년부터 변화를 주는 바람에 현 제도에 맞춰 공부한 것들은 '도루묵'이 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현 고1∼2 중에는 이미 A/B 수준별 영어학습을 시작하거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을 준비한 경우도 있는데 당장 2015학년도부터 모두 폐지되는 바람에 낭패를 보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 자율형 사립고에 다니는 1학년생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46.여)씨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1년 만에 바뀌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번 안도 몇 년 못 가서 또 바뀔 수 있다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초 학원가에서 영어 A/B형이 없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정부보다는 입시업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선 고교 진학지도 담당 교사들은 새로운 대입전형을 익히는데 비상이 걸렸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장인 대전 대성고 김동춘 교사는 "대학별 전형이 수시 4개, 정시 2개로 축소돼 외형상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고르기 수월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간략해진 만큼 선발 기준과 대상이 모호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막상 원서를 쓸 시기가 오면 선택하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수능 문·이과 폐지는 이미 고교 교육과정에서 구분이 사라진 만큼 입시제도가 따라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인 서울 성수고 김종우 교사는 "고교에서는 사회·과학을 다 가르치지만 입시 때문에 문·이과를 분리해왔다"며 "학생의 전인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공부할 과목이 늘어난 만큼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교육의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서울 보성고 배영준 교사는 "문·이과 일부융합안 또는 완전 융합안이 채택되면 인문계 학생은 과학, 자연계 학생은 사회 시험 봐야 하기 때문에 공부량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중을 강화한 조치가 공교육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육부의 설명에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동춘 교사는 "대학이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모르겠지만, 정부 압력에 수시에서 내신 반영 비중을 늘리더라도 아예 인원을 적게 뽑으면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종우 교사는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정시 비중을 크게 늘리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런 측면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 확대는 공교육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2017학년도 대입제도를 적용받는 중3 교실은 올해 11월 시작되는 고입 원서접수를 앞두고 우선 새로운 제도의 내용을 파악하고, 성적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느라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중3 학부모 정모(45)씨는 "외고나 자사고에 아이를 보내면 내신성적은 불리하지만 공부하는 분위기가 좋아 수능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정시비중이 늘어난다는데 그럼 외고나 자사고를 보내는게 유리한 것 아닌가 싶다"고 고민했다.

또다른 학부모 김모(43)씨는 "한국사 공부는 지금부터 시킬 것"이라며 "고교 때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우선 한국사 통사 책을 구입해 읽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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