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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톨릭 수녀 100세 생일소원 "여성사제 허용해달라"

송고시간2013-08-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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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가톨릭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80년을 보낸 노년의 수녀가 100세 생일을 맞아 여성 사제 서품 허용을 촉구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시카고 세인트 스칼라스티카 수녀원의 비비안 아이반틱 수녀에게 이날은 100번째 생일이자 수녀원 입회 80주년이 되는 날이다.

아이반틱 수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제 또는 수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10세 무렵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20세 때 '언젠가 여성에게도 사제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며 우선 수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반틱 수녀는 지난 25일 일요 미사 후 동료 수녀들과 친인척들이 마련한 축하 행사에서 100세 생일 케이크와 수녀원 입회 80주년 기념 케이크를 나란히 앞에 놓고 "지금도 사제 서품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마치 시위 구호를 외치듯 주먹을 쥐고 팔을 허공에 뻗치며 "가톨릭 교회는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허용하라"고 말한 뒤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었다.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가톨릭 교회에도 여성 고위 성직자가 필요하다"면서 "내가 직접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나보다 젊은 여성들은 꼭 그런 기회를 얻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백발에 금테안경을 쓰고 옅은 청록색 투피스를 입은 아이반틱 수녀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 여성들이 전업주부, 간호사 이외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나는 컴퓨터로 카드게임을 즐긴다"며 "더이상 전통적인 수녀복을 입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변하지 않은 한가지는 여성 사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다.

지난해 로마 교황청은 미국의 주요 수녀 단체인 '여성 종교인 리더십 컨퍼런스'(LCWR)가 여성 사제 서품, 동성 결혼, 낙태 등 가톨릭 교리와 배치되는 급진적인 여권론자들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견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신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안에서 여성의 리서십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의 말을 인용하며 불허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아이반틱 수녀는 "부당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반틱 수녀는 "여성 사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면서 "교회에 사제 부족 현상이 심각해 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직업에 성별 영역 구분이 필요 없어졌듯 교회의 고위 성직자 자리도 여성에게 개방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슬로베니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반틱 수녀는 가톨릭계 학교에서 라틴어 교사로 오랜 기간 일했다. 이후 세인트 스칼라스티카 아카데미의 도서관 사서를 거쳐 현재는 시카고 로저파크 지역의 기록보관소에서 고문서 검토와 교회 역사 기록 확인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반틱 수녀의 축하 파티에 참석한 조카 캐런 아이반틱(56)은 "가톨릭 교회가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 문제 때문에 교회를 떠날 생각을 종종 하곤 했지만 가족 전통과 비비안 고모(아이반틱 수녀)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면서 "변화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고모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낸다"고 말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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