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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대리자' 교황에 대한 모든 것

송고시간2013-08-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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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역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의 비밀투표회의 '콘클라베'.

오늘날에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지만 19세기 이전까지는 더위와 폭력, 그리고 돈으로 얼룩진 행사였다.

콘클라베는 '자물쇠가 채워진 폐쇄된 장소'란 뜻이다.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외부와의 소통을 금지한 전통은 1241년부터 시작됐다.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서거한 그해 여름, 로마 귀족 마테오 로소는 가급적 빨리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로마에 있던 추기경들을 무너져가는 건물에 감금했다.

추기경들은 이른 시일 내에 교황을 뽑으라는 압박을 받으며 구타와 모욕, 오물 세례를 견뎌야 했다. 실제로 유폐의 고통으로 말미암아 추기경 1명이 사망했다.

두 달 만에 선출된 새 교황도 취임 17일 만에 숨지고 말았다. 콘클라베로 기력을 소진한 탓이었다.

당시 추기경들이 견뎌내야 했던 가장 힘든 의식이었던 콘클라베가 오늘날에는 교황권에 안정성을 제공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신간 '교황의 역사'는 교황과 교황권에 관한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중세사 전문가인 호르스트 푸어만(1926∼2011)이 간결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됐는데, 제1부는 교황과 교황권에 대한 기본 지식을 설명하고 있다.

베드로의 무덤, 교황청의 재정적 기반, 교황 선출의 역사, 콘클라베 제도의 등장, 오늘날의 교황 선출 방식 등이 그것이다.

제2부는 교황들의 역사를 다룬다. 베드로부터 직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까지 2천년 역사 가운데 대표적으로 꼽을 만한 교황과 사건들을 선택해 서술했다.

저자는 여기에서 제도보다는 사람에 더 치중해 교황과 그를 둘러싼 당대인들의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바티칸의 영토와 군사력을 강화하려 했던 교황들이 나오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부흥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교황들, 자기 가문의 세속적 부귀영화에만 힘쓰며 매관매직에도 서슴지 않았던 교황들, 수도사적 청빈함을 추구했으나 도리어 경멸당했던 교황들, 전설로만 전해지는 여성 교황 요한나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어 있다.

제2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교황사 연구에 대한 사학사를 정리했다. 부록에는 교황 목록과 역대 교황 재위 순서의 모순에 관한 내용을 실어 이해를 돕는다.

내용 자체도 흥미롭지만 독일의 학자이면서 개신교 신자인 저자가 서술한 교황의 역사이기에 상당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가톨릭 신도뿐만 아니라 교황과 관련한 지식에 갈증을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만족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차용구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가 번역했다.

길. 396쪽. 2만2천원.

<'그리스도의 대리자' 교황에 대한 모든 것> - 2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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