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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정은희 사건'…대구지검 1차장 일문일답

송고시간2013-09-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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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DNA 크로스체크로 해결", "조기 해결 못한 건 문제"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손대성 기자 = 15년 전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고속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숨진 여대생 사건과 관련해 대구지검은 DNA 수사를 통해 성폭행한 피의자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DNA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검찰이 서로 확보한 DNA를 크로스체크했고 그 과정에서 단서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금로 대구지검 1차장검사와의 일문일답.

-- 어떻게 수사에 착수했나.

▲ 유족은 강간살인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동안 피해자의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주변 사람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사를 진행하기 곤란했다.

2012년 9월께 대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상호점검 결과 피해자의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 DNA가 피고인의 DNA가 일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DNA 분석 자료는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보관하고 있지만 신원과 관련한 사항은 전혀 기록되지 않고 코드넘버로만 조회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교통사고 기록 등이 공소시효 만료로 폐기되는 등 사실상 수사진행의 어려움으로 수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5월 31일 피해자 유족이 고소장을 제출했고 6월에 국과수가 보관한 DNA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DNA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 어떻게 범인을 확인했나.

▲ 당시 피고인은 스리랑카 출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일했다. 한국여성과 결혼했는데 2010년 11월 청소년에게 성매수를 권유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2011년 10월에 검찰이 DNA를 채취했다.

이 DNA를 지난해 가을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크로스체크했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DNA를 공유하지 않으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 그렇게 했다. DNA가 직접 증거는 안 돼도 결정적 단서는 될 수 있다.

지금은 대검과 국과수 경찰이 거의 실시간으로 DNA를 크로스체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인권침해 논란도 있었으나 DNA채취법이 생겨 이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 올해 유족이 고소장 제출하지 않았으면 DNA 확인해놓고도 넘어가지 않았겠는가.

▲ 결과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다만 대구지검이 DNA를 확인한 사항이 아니다. 다른 기관에 대해 뭐라고 그러는 것 같아서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 우리(대구지검)가 관할하는 경찰서가 아니다. 검사가 고소장이 있어서 찾다가 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탐문하기 시작했다.

-- 피해자 사망 경위는.

▲ 당시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피고인은 범행 현장에 간 사실부터 부인했다.

유족은 범인이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해 교통사고로 위장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옛날 부검 결과나 교통사고 조사 내용을 재감정했으나 피해자가 23t 덤프트럭에 직립해 마주하다가 사망했다고 결론이 나와 있다.

적어도 죽은 상태로 고속도로에 던져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트럭 앞부분에 머리카락과 혈흔 등이 있다.

피해자가 어떻게 고속도로로 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3명이 성폭행한 것은 확인했다.

-- 피해자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누가 밀었을 가능성은 없나.

▲ 트럭 운전자가 충돌한 다음에 다른 물체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제 3자가 밀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한다.

-- 치사 혐의는 적용할 수 없는가.

▲ 교통사고 사망이 확실해 치사 혐의까지 물을 수 없는 형편이다. 성폭행 이후 범인에게서 도망가다가 사고를 당한 게 밝혀지면 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그 이후의 경위가 확인되지 않았다.

-- 피고인은 피해자가 죽은 사실을 알고 있나.

▲ 몰랐다고 한다. 당시에 세 명의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은 한국에 들어온 지 8개월밖에 안 됐고 피고인과 다른 한 명도 입국한 지 2년 정도 됐으나 한국말이 서툴러 뉴스를 봐도 몰랐다고 한다.

-- 공범이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

▲ 여러 사람 진술을 통한 것이다. 피고인은 자기가 아닌 두 사람이 성폭행했다고 지목했다.

한 참고인은 세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다만 법원에 제출할 증거여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공범 중 한 명은 '세 명이 갔는데 나는 범행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저질렀다'고 했다. 여러 가지 진술을 봐서 공범 관계가 확인된다.

이들은 1998년 10월 17일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자전거에 세 사람이 부축하는 식으로 태워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근처로 데려가 현금과 학생증 등을 빼앗은 뒤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 공범들은 지금 스리랑카에 있는가.

▲ 2003년과 2005년 각각 불법 체류로 추방됐다. 형사사범공조 절차 통해서 계속 수사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수사 의의는.

▲ 유족이 원하는 바를 조속히 풀어주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지만 어찌됐든 한계가 있었다.

유족도 100% 만족은 못했지만 어제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워했다. 자칫 영원히 묻힐 뻔한 사건을 수사해 피의자를 구속했다.

유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었다고 본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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