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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그루 지키자"…연대 교수들 '불침번'

송고시간2013-09-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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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로 프로젝트 공사구간 유일하게 남은 은행나무 지키기 나서

"마지막 한그루 지키자"…기중기 막아선 연대 교수들
"마지막 한그루 지키자"…기중기 막아선 연대 교수들


(서울=연합뉴스) 서길수 연세대 경영대 교수(오른쪽)와 이경원 영문과 교수(왼쪽)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서 마지막 남은 은행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 위에 올라서 있다.
10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학교 평교수 20여명은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 구간에 유일하게 남은 이 나무를 지키려 나무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순번을 정해 '철야근무'를 하고 있다. 2013.9.10 << 서길수 교수 제공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이 나무까지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나무를 파 가려면 제 몸까지 같이 옮겨 가시죠."

지난 6일 오후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

교수 두 명이 뿌리 주변이 파헤쳐진 은행나무를 뽑으려는 기중기 앞에서 기중기 기사와 승강이를 벌이다 은행나무 위로 훌쩍 올라타 팔짱을 낀 채 버텼다.

기중기는 결국 은행나무를 옮기지 못한 채 교정을 빠져나갔다. 연세대 교정의 중심축인 백양로를 상징하는 마지막 은행나무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10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학교 평교수 20여명은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 구간에 유일하게 남은 이 은행나무를 지키려 나무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순번을 정해 '철야근무'를 하고 있다.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는 2015년 5월까지 900억여원을 들여 캠퍼스에 드나드는 차량 통행과 주차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녹지와 광장을 조성하는 대형 사업이다.

"마지막 한그루 지키자"…연대 교수들 '불침번'
"마지막 한그루 지키자"…연대 교수들 '불침번'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10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학교 평교수 20여명은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 구간에 유일하게 남은 이 은행나무를 지키려 나무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순번을 정해 '철야근무'를 하고 있다.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는 2015년 5월까지 900억여원을 들여 캠퍼스에 드나드는 차량 통행과 주차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녹지와 광장을 조성하는 대형 사업이다.
사진은 마지막 남은 은행나무(사진 왼쪽 줄에 묶인 나무)를 지키기 위해 천막을 지키며 농성 중인 한 연세대 교수(오른쪽). 2013.9.10
rock@yna.co.kr

서길수 경영대 교수는 "아침에 출근했더니 수십 년간 백양로를 지켜온 은행나무 30여그루가 모두 잘려나간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마지막 남은 나무마저 옮기려는 것을 보고 함께 있던 영문과 이경원 교수와 나무에 올라탔다"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 나무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교수와 학생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며 "야간에도 교수들이 나무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불침번을 서며 마지막 한 그루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이 은행나무를 지키려고 밤샘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응원차 현장을 찾는 학생과 동문도 늘고 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무리를 지어 이곳에서 퍼포먼스와 영화제 등을 개최하며 다른 구성원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학교 사랑'을 독려하는 의미에서 마지막 남은 은행나무 앞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준비 중인 교수도 있다.

공사를 위해 수십 미터에 걸쳐 세워놓은 대형 플라스틱 벽은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주장이 담긴 형형색색의 벽화로 이미 가득 찼다.

조한혜정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 천막은 백양로 공사를 반대하면서 생겨난 공간인데 어느새 '창의적 공공지대'가 됐다"며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창립 128주년을 맞아 지난달 중순께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 공사에 착공했지만,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이 공사가 백양로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무시한 채 졸속으로 추진되는 대형 주차장 사업에 불과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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