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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조건 없이 대화하자"…6자회담 재개 촉구(종합3보)

송고시간2013-09-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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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비핵화, 공화국 정책적 목표…사전조치는 수용못해"中, 北과 보조 맞추면서도 "비핵화 필요성" 강조

베이징 '6자회담 세미나'서 연설하는 北김계관
베이징 '6자회담 세미나'서 연설하는 北김계관

베이징 '6자회담 세미나'서 연설하는 北김계관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이 18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 제1부상은 "대화에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불신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3.9.18
jslee@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차대운 특파원 =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 뜻이 있음을 거듭 밝히면서도 한국, 미국, 일본이 요구하는 비핵화 사전조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 부상은 18일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개최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화에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불신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화가 재개되기도 전에 우리보고 먼저 움직이라는 것은 9.19 공동성명 합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부당한 요구"라며 "우리는 누차 천명한 대로 대화 재개를 지지하고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절대로 구걸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상의 이런 발언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6자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먼저 '2.29합의+알파(α)' 수준의 높은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한·미·일에 다시 공을 떠넘기는 제스처를 취함에 따라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 여건이 무르익기까지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든다.

다만 김 부상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자 한다는 뜻을 이전보다는 비교적 강한 어조로 드러냈다.

그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의 정책적 목표"라며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6자회담이든 그 틀 안에서의 보다 작은 규모의 대화이든 현실에 구애되지 않고 대화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6자회담 쪽배를 다시 출항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다른 참가국들도 늦기 전에 이쪽 배를 타기 바란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부상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려면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등의 다른 문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진하다는 격언처럼 강한 조명이 우리 핵 포기에만 집중되다보니 9.19 공동성명의 다른 목표는 진한 그림자 속에 파묻혔다"고 말했다.

'6자회담 세미나'서 인사 나누는 北김계관-中왕이
'6자회담 세미나'서 인사 나누는 北김계관-中왕이

'6자회담 세미나'서 인사 나누는 北김계관-中왕이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오른쪽)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18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세미나 개막식에서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2013.9.18
jslee@yna.co.kr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부상도 이날 발언에서 "전제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토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6자회담 조기 재개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 북한과 보조를 맞췄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개막사에서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 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관련국들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왕 부장은 북한의 비핵화 필요성도 단호한 어조로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반도의 이웃이자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반도에 중요한 전략적 관심을 두고 있다"며 "우리는 핵 비핵산과 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참여국의 정부 관계자와 학자들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중국이 6자회담의 불씨를 살리려고 마련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김 부상과 리 부상 외에도 최선희 부국장 등 북핵 협상 라인이 대거 참석해 중국의 의도에 호응했다.

최근 6자회담 조기 재개 지지 쪽으로 방향을 잡은 러시아도 6자회담 차석대표를 보냈다.

반면 한국, 미국, 일본은 주중 대사관의 공사참사관 또는 참사관급 인사를 옵서버 형식으로 참가시킴으로써 이번 토론회가 사실상의 6자회담 예비회담의 성격을 띄지 않도록 견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미국,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김 부상 등 북한 측 참석자들과 따로 접촉하지 않았고 토론회에서 발언도 하지 않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성균관대 이희옥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회담의 '모멘텀'을 살려보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며 "특히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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