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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학살피해자 명부>④과거사 배상문제 어떻게

송고시간2013-11-2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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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배상 요구는 쉽지 않아…국내보상은 탄력 전망

지난 11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외무성 회의실에서 안총기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외무성 외무심의관을 각각 한국과 일본의 수석대표로 하는 회의가 열렸다. 양측 대표단 사이의 간격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의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 연합뉴스 DB >>

지난 11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외무성 회의실에서 안총기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외무성 외무심의관을 각각 한국과 일본의 수석대표로 하는 회의가 열렸다. 양측 대표단 사이의 간격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의 시각 차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 연합뉴스 DB >>

(서울=연합뉴스) 이율·정아란 기자 = 일제강점기 희생자 명부가 최근 새롭게 공개되면서 일본에 대한 피해배상 요구와 국내 보상을 둘러싼 맥락이 더 복잡해졌다.

1919년 3·1운동 희생자와 1923년 관동(關東·간토)대지진 학살 피해자에 대한 정부 명부가 처음 발굴되면서 국내에서는 일본에 법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배상 문제는 1965년 양국간 일제강점기 피해 배상문제를 규정한 한일청구권협정(이하 한일협정)의 해석, 최근 피해자 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하는 사법부의 잇따른 판결, 한일관계 등이 얽혀 있어 쉽게 매듭지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 대일 배상 요구 향배 주목

일본에 새롭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외교부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일단 3·1운동과 관동대지진 피해는 우리 정부가 한일협정과는 별도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난 2005년 결정한 3개 항목(일본군 위안부·원폭 피해자·사할린 동포)에도 포함되지 않았을 정도로 새로운 사안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피해 배상에 대해서는 1965년 일제강점기 피해 배상 문제를 규정한 한일협정 체결 당시 우리측에 제공한 8억달러로 법적 책임이 포괄적으로 해결됐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 왔다.

양국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움직일 여지를 보이지 않는 일본이 이번 명부로 배상 문제에 입장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마저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고 하는 마당에 다른 피해 배상을 따지는 것이 쉽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3·1운동과 관동대지진 희생자 명부는 처음 발견된데다 일제 만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의미있는 카드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해서 개인 청구권이 남아있다고 인정한 점도 변수다.

3·1운동이나 관동대지진 피해가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는지에 대한 행정부 판단과는 별개로 희생자 후손들이 강제징용 건(件)처럼 개별 소송으로 개인 청구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가 "조약의 최종 유권해석 기관인 사법부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며 대일 배상 요구에 대한 명쾌한 입장 표명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3·1운동이나 관동대지진 희생자들이 개별 소송을 제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3·1운동이나 관동대지진 피해 배상 문제가 법정에 오를 경우 독도,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이어 한일관계의 새로운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둘러싼 한일갈등이 현재 한일관계의 바탕인 '1965년 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배상 문제는 앞으로 한일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국민적 생각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 국내 보상에도 영향

일본에 대한 피해배상 요구와는 별도로 국내 보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강제동원 피해조사 위원회)의 정혜경 조사2과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명부를 통해 보상 관련 신규명단이 약 4만명 발견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동안 자료가 없어 신고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 증거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발견된 피징용자 명부(22만9천781명)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관련 자료로 구체 사항이 있어 피해 여부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운동시 피살자 명부(630명)도 일부 지역의 경우 이름과 나이, 주소, 순국 일시, 순국 장소, 순국 상황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이를 통해 추가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는 사례도 잇따를 전망이다.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전국에서 경기도 지역은 169명 중 105명이, 충청도 지역은 100명 중 69명이 새롭게 유공자로 확인됐다.

이 명부의 본격적인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올해 문을 닫는 강제동원 피해조사 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조사 위원회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와 '태평양전쟁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지원위원회'를 통합해 2010년 출범했으며 오는 12월 31일 활동이 끝난다.

강제동원 피해조사 위원회는 2005∼2010년 사이 약 22만6천건의 피해 신고를 받았다.

이와 별도로 2008∼2012년 10만2천684명으로부터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유족 등의 위로금, 지원금 지급 신청 접수를 받았으며 이 중 6만8천833건에 지급을 결정했다.

yulsid@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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