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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자전거길 '몰지각 라이더' 돈벌이에 무방비

송고시간2013-12-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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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인증용 수첩에 30여곳 인증센터 도장 찍으면 메달 발급수첩 여러 권 구매 후 1번 종주하며 일일이 도장 찍어 매매 시도

자전거길 종주 인증센터
자전거길 종주 인증센터

4대강 자전거길에 무인 '종주 인증센터'가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DB >>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건전한 여가문화 정착을 위해 도입된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인증제도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인증메달과 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전용수첩 돈거래 시도가 알려지면서 종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자전거동호회원과 한국수자원공사(수공)에 따르면 최근 한 중고물품 거래 인터넷 사이트에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인증수첩 판매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요지는 '종주 인증 도장이 모두 찍힌 수첩을 10만원에 판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인증제는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의 4대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을 완주하며 건전한 여가 문화와 지역 관광지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도입됐다.

코스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인증센터에 들러 전용수첩에 도장을 찍은 뒤 수첩을 수공 측에 제출하면 종주자 확인을 거쳐 인증서와 인증메달을 발급해 준다. 수공은 4대강 자전거길 종주 인증제도 주관 기관이다.

세금이 포함된 재원을 마련해 도금된 인증메달과 인증서를 만든다.

현재 4대강 자전거길에는 34개의 인증센터가 있다. 아라뱃길과 새재 등 전 국토로 확대하면 58개다. 각 인증센터의 도장은 모양과 크기를 다르게 구별하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 등을 활용해 만든 인증센터는 대부분 직원 없이 운영된다. 주간에 근무자가 있는 곳이라도 야간에는 무인 체제로 전환된다.

전용수첩은 온·오프라인에서 4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1인당 구매 수량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한 사람이 수첩을 여러 권 사들이고 나서 한차례 종주하면서 수첩마다 일일이 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다.

수첩 판매 희망자도 이런 방법으로 여러 권의 '인증완료' 수첩을 만들어 놓고 이를 내다 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수공 측은 전했다.

실제 인터넷 자전거동호회 카페와 국토교통부의 인터넷 사이트 '4대강 이용도우미' 자유게시판 등에는 "10여개의 수첩을 들고 다니며 도장을 찍는 사람을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수개월 동안 땀 흘려야 얻을 수 있는 '인증완료' 수첩이 돈거래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소식에 발끈한 라이더들은 수공 측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

수공은 실제 해당 사이트 등에서 2건의 판매 시도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수공 측 관계자는 "업무 담당자 대부분이 제도 도입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황당해하고 있다"면서 "수첩 매매 행위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측은 '수공 쪽에서 전화로 문의해온 적 있으나 진정서나 고발장이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사법처리 여부와는 별도로 적절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도보, 인라인, 마라톤, 카약 등으로 인증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종목별 '가짜 인증자'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전거동호회원(35)은 "건강관리와 취미활동을 위해 각자 즐기는 레저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매매 행위가) 대수롭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내 노력과 열정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민 오모(26)씨는 "돈 주고 산 각종 인증서가 취업이나 진학을 위한 스펙으로 악용될 수도 있지 않느냐"며 "행여 선량한 이들이 불이익 받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해 달라"고 당부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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