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연아 "올림픽 때까지 최고상태 만들 것"
송고시간2013-12-08 16:41
"피겨 통해 인내 배워…같은 생활 반복, 경기 긴장 힘들어""미래 불안하지만 선수 생활은 기분 좋게 마무리할 것"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피겨 여왕' 김연아(23)가 올림픽 2연패 도전을 위한 첫 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김연아는 8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츠토바 빙상장에서 막을 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204.49점의 좋은 성적으로 오른발 부상 후유증을 털어내고 올 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했다.
김연아는 내년 2월 열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화려하게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대회 일정이 모두 끝난 돔 스포츠토바 빙상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연아는 "부상에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니 그때까지 최고 상태를 만들면 된다"고 부상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김연아와의 일문일답.
-- 첫 대회를 잘 마친 것 같다.
▲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첫 대회치고는 경기를 무난히 치렀다.
-- 부상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 부상은 거의 365일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든 선수가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사는 법이다. 특히 트리플 러츠나 플립 점프는 오른발로 찍는 동작이 있는데, 둘을 뛴 지 거의 12년이 됐다. 그 연습을 더 많이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부상이 올 때도 된 것 같다. 충격이 누적돼서 부상이 왔다. 그래서 갑자기 막 아팠던 것은 아니고 서서히 통증이 심해지다 보니 검사를 받고 발견한 것이다.
-- 지금은 괜찮나.
▲ 다 나은 상태는 아니다. 아예 쉬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 선수생활이 끝날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고질병 하나씩은 갖고 있는 법이다. 많이 아프긴 했지만,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니 그때만 최고 상태를 만들면 된다.
-- 그래도 중요한 시즌에 그랑프리를 건너뛰기로 결정하는 데 부담은 느꼈을 것 같다.
▲ 큰 무대인 그랑프리에 경쟁 선수들이 먼저 나가서 좋은 점수를 받다 보니 출전하지 않은 내게 불리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올림픽이다. 무리해서 나갈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어떻게 나간다고 하더라도 내게 좋을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 소치올림픽에서 목표는.
▲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결과는 밴쿠버에서 이미 이뤘다. 결과 부담은 크게 없다.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므로 어떤 결과를 얻든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금메달이냐 은메달이냐보다는 준비한 만큼 실전에서 잘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마지막 대회인 만큼 경기 외적으로도 즐거운 경험을 하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
-- 소치는 은퇴무대이기도 하다.
▲ 지금은 몸이 아픈 것도 있고 해서 우선 쉬고 싶은 생각이 크다. 늙었다고 말하면 이상하지만 운동선수치고는 나이가 많다 보니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에는 60%의 힘이면 될 것이 이제는 100%로도 될까 말까 하다. 부상의 회복도 빠르지 않고 체력도 같은 노력으로는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어떤 결과가 되든 쉬고 싶다.
-- 그래도 선수 생활을 끝낸다고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나.
▲ 불안한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7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만 해 왔다. 이것 외에는 접해본 적이 없다. 잘할 수 있을지 겁도 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데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 소치올림픽을 마치고 나면 어떤 느낌이 들까.
▲ 이제는 허탈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할 만큼 했다. 기분 좋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것 같다. 다만, 그 이후의 삶이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 피겨스케이팅을 통해 뭘 배웠나.
▲ (한참을 고민하다가 웃으며)인내? 매일매일이 인내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운동은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게 힘들다. 또 경기의 긴장도 이겨내야 한다. 운동선수가 아니면 모르는 느낌이 있다. 그런 것을 이겨내는 힘을 배웠다. 그런 것을 배우면서 성격도 담담해진 것 같다. 예전에도 강심장이라고들 했지만 마인드 컨트롤 등이 좋아진 것 같다.
-- 미래의 삶을 그려보곤 하나.
▲ 구체적으로는 아직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위치에서든 피겨스케이팅을 완전히 놓고 싶지는 않다. 무엇을 하든 내가 좋고, 즐거워서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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