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민운동가, 일제 피해자 편지 1만 통 공개
송고시간2014-01-10 13:45
"아베의 침략 미화가 일본을 위험에 빠트릴 것" 주장
(선양=연합뉴스) 신민재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시민운동가가 위안부 등 일제 침략 피해자들의 사연이 담긴 편지 1만여 통을 공개했다.
10일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에 따르면 중국 민간기업인이자 일본에 대해 전쟁피해 배상을 요구해온 시민운동가인 퉁쩡(童增)은 최근 자국 언론에 자신이 보관해온 종군위안부, 강제노역, 민간인 학살, 세균전 피해자와 유족의 편지 1만여 통을 공개했다.
이 편지들은 대부분 퉁쩡이 1990년대 초 '민간의 일본 상대 배상 요구'를 주제로 한 글을 언론에 기고한 뒤 중국 각지와 해외에서 전쟁 피해자들이 보내온 것들이다.
편지에는 피해자와 유족의 구체적인 증언은 물론 수십 년 전 일제의 다양한 만행이 자행됐던 현장을 표시한 지도와 사진들도 들어 있다.
편지 중에는 지난 1996년 일본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2002년 패소한 산시(山西)성 출신의 위안부 허우차오롄(侯巧蓮) 할머니의 편지도 있다.
허우 할머니는 편지에 "14살 때 일본군에 끌려가 성 노예 역할을 강요받았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20여 차례씩 일본 병사들에게 시달렸다. 내 몸은 부어서 말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허우 할머니는 재판의 결과도 보지 못한 채 1999년 세상을 떠나 친척이 법적 권리를 인계받아 소송을 진행했다.
퉁쩡은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편지들을 보면 70~80년 전 중국에서 일제가 저지른 만행의 참상이 교과서에서 전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고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훨씬 비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 1만 통의 편지는 아베를 향한 1만 발의 총알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대전 기간 중국에서는 최소 20만 명의 여성이 일본군에 위안부로 끌려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퉁쩡은 1990년대부터 이들 피해자가 보낸 편지의 내용을 정리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해 주중 일본대사관에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일본의 사과 한마디도 듣지 못한 채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면서 "전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편지를 보낸 분들 다수가 다수가 이미 숨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퉁쩡은 지난해 8월에는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과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 모금운동을 벌여 생존한 노인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생생한 기록이 후대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현재 자신이 보관 중인 1만 통의 편지를 분류하고 일일이 스캐닝해 컴퓨터에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퉁쩡은 "한 국가와 민족은 오직 역사를 바로 보고 이를 거울로 삼아야 정확하게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재난을 맞게 될 것"이라며 "아베의 침략 미화와 국민 기만은 일본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가 사익을 위해 전체 국익을 볼모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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