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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사려면 정보 내놔"…기업들 안방까지 엿본다

송고시간2014-01-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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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따로 현실 따로' 개인정보 보호…소비자도 둔감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박수윤 기자 = 개인정보에 대한 기업들의 탐욕이 심각한 수준이다.

사상 최악의 정보 유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보를 마구잡이로 긁어모으면서 소비자의 내밀한 안방 사정까지 들여다볼 정도다.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주민등록번호 등을 수집할 수 없게 됐음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를 넘은 기업들의 정보수집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지난해 2월18일부터 신규로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없게 됐다.

본인 인증이 필요하면 아이핀·휴대전화·공인인증서 등 다른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지키는 곳은 드물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조사 대상 웹사이트 1만여개 중 9천478곳이 가입 절차에 주민번호를 요구했다는 조사 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쿠팡(가입자 2천200만명)은 상품결제시 주민번호 포함 8개 정보를 요구한다.

쿠팡 측은 "기존 회원의 주민번호는 작년 8월 모두 삭제했다. 상품구매 시 전자상거래법상 전자결제회사의 거래기록 보존을 위해 주민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서버에 저장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티켓몬스터(가입자 1천500만명)는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이핀을 수집한다. 위메프(가입자 1천100만명)만 본인 확인 후 주민번호를 서버에서 지운다.

2008년 해킹으로 1천만건 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오픈마켓 옥션은 6년이 지난 지금도 버젓이 주민번호를 필수항목으로 요구한다. 지마켓도 마찬가지다. 인터파크만 선택항목으로 주민번호 입력을 유도한다.

최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서 문제시된 계열사간 과도한 정보 공유는 다른 업계에도 흔하다.

롯데닷컴(회원 1천600만명)에 가입하려면 롯데백화점·엘롯데·롯데아이몰·롯데인터넷면세점·롯데슈퍼·롯데마트 등 25개 패밀리 사이트에 함께 가입하도록 한다.

약관에는 "회원등록 시 부여받은 ID로 '롯데닷컴' 또는 롯데패밀리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하기 위해서 롯데패밀리회원사에 접속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한다"고 돼 있다.

이름,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 성별, 주소, 자택전화번호를 기본 정보로 요구하고서 기념일에 혜택을 주겠다며 선택정보로 직업, 차량소유 여부, 생년월일, 결혼 여부, 결혼기념일까지 요구한다. 개인의 세세한 속사정까지 알려는 행태다.

최근 대규모 정보 유출로 곤경에 처한 국민카드는 자사 고객 정보를 제휴하는 업체만 102개사에 달한다. 맥스무비, 구세군, 대한적십자사, 한국전력공사, GS칼텍스, 서울대 총동창회, 대한항공[003490], 현대홈쇼핑[057050], BS캐피탈, 팜스넷, 이지스엔터프라이즈, SPC네트웍스 등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피자배달·와이파이에 왜 주민번호 제공하나?"

주민번호 요구는 피자나 통닭 등 배달 음식을 주문하거나 PC방을 이용할 때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피자 체인점 파파존스에서 웹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하면 30% 할인쿠폰을 받는다. 대신 성명·주민번호·아이디·비밀번호·생년월일·전화번호·휴대전화번호·이메일·주소·직업 등 10개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또 다른 피자 체인점 피자에땅도 주민번호와 신용카드 정보를 포함해 10여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전화로 주문할 때에는 주소만 알려주면 되는데, 온라인으로 주문하려면 이름, 주민번호, 집주소가 한꺼번에 저장된다"며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주민번호와 휴대전화번호, 이용 중인 통신사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직장인 이모(28)씨는 "무료 와이파이를 쓰겠다고 개인정보를 넘기는 게 사실 불안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동네 PC방, DVD 대여점, 헬스클럽을 이용할 때도 개인정보는 너무나 쉽게 노출된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대학원생 이모(29)씨는 PC방 회원으로 가입해 비회원보다 할인된 요금을 적용받는 대신 주민번호와 휴대전화번호, 집주소, 선호하는 게임과 취미 등을 제출해야 했다.

이씨는 "PC방에 새로 가입하고 나면 음란문자나 스팸메일을 받는 빈도가 확 높아진다"며 "PC방에서 게임하는데 주민번호가 대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명동의 한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최모(42)씨는 "어딜 가든 주민번호와 휴대전화번호는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이를 무심코 제공하는 게 습관처럼 되다보니 우리 사회가 개인정보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마취상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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