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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에 누명 씌웠다 벗긴 국과수 필적감정(종합)

송고시간2014-02-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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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991년 감정 대신 2007·2013년 재감정 신빙성 인정

법원 나서는 강기훈씨
법원 나서는 강기훈씨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은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강씨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014.2.13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강기훈(50)씨의 `유서대필 사건'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부르는 것은 수사기관이 당사자의 글씨체(필적·筆跡)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1894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주불 독일대사관에 배달된 프랑스군 내부 문건과 필적이 같다는 이유로 기밀유출의 누명을 쓴 것처럼 강씨도 1991년 분신자살한 운동권 동료의 유서와 필적이 같은 사람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의 원 재판과 재심 재판의 핵심 쟁점도 자살한 김기설씨가 남긴 유서를 강씨가 대필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 결과를 유·무죄 판단의 잣대로 삼았다.

1991년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는 강씨에게 자살방조죄의 올가미를 씌웠다. 반면 2007년과 지난해 국과수의 재감정 결과는 그의 누명을 벗기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다.

김기설씨 사망 직후 김형영 당시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은 그의 유서와 그가 남긴 다른 자료들의 필적이 상이하고 오히려 유서와 강씨의 진술서 등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검찰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강씨의 유죄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그 신빙성을 인정했다. 강씨가 김씨에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부추겼다는 시나리오가 실체적 진실과 부합한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국과수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재감정을 실시, 1991년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김씨의 전대협 노트·낙서장이 유서와 필적이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픽>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필적감정 결과
<그래픽>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필적감정 결과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1990년대 초 운동권 동료의 자살을 부추긴 `배후 세력'으로 몰려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강기훈(50)씨가 13일 재심을 통해 확정 판결 2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돼 1992년 7월 징역 3년이 확정됐던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jin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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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대협 노트·낙서장은 김씨의 친구인 한모씨가 1997년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1991년 당시에는 감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였다.

강씨는 과거사위의 진실 규명 결정을 바탕으로 2008년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4년여 뒤 재심 개시를 최종 결정했다. 다만 전대협 노트·낙서장 자체가 김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심에서는 검찰 측 신청으로 국과수 감정이 한번 더 실시됐다. 이번에는 검찰이 압수한 김씨의 이력서 등 개인적 자료와 전대협 노트·낙서장, 유서의 필적이 한꺼번에 감정됐다.

그리고 국과수는 작년 12월 "전대협 노트·낙서장은 유서와 필적이 동일하고, 이와 김씨의 다른 자료도 필적이 동일하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새로운 결론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국과수 감정은 검찰 측이 먼저 신청한 것이었다. 검찰은 국과수 회신 후 감정서 작성 방식이 전과 다르다며 애써 증거의 신빙성을 깎아내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심 재판부는 "1991년 국과수는 유서의 필적과 김씨의 필적이 상이하다고 감정했다. 하지만 이는 김씨가 정자체만 사용하는 것으로 속단하고 속필체인 유서와 단순 비교해 감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7년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 재심에서 실시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유서는 강씨가 아니라 김씨가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유서를 작성할 문장력이나 표현력이 없었거나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유서에는 부모에 대한 존칭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반면 강씨는 봉함엽서 등에서 부모에 대한 존칭을 사용했다"며 필적뿐 아니라 그 내용을 봐도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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