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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단장이 가혹행위 자살병사 조의금 가로채다니…

송고시간2014-02-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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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관련자 엄중 처벌·숨진 병사 '순직' 처리 권고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육군 부대 여단장이 군복무 중 가혹행위를 못 이겨 자살한 병사의 조의금까지 가로챘다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서 적발됐다.

27일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2월 경기도의 한 육군 사단 헌병대는 이 부대 소속 김모 일병이 목을 매 자살하자 수사를 벌여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던 김 일병이 병세가 악화돼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김 일병의 아버지 김씨는 군 수사당국의 조사결과를 믿고 부검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장례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김씨는 장례식 후 아들이 우울증 때문이 아닌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일병과 함께 복무했던 한 병사가 전역 후 인터넷에 "나는 살인을 방관했고, 나 또한 살인자"라는 글을 우연히 봤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과 함께 복무하다 전역한 병사들을 수소문했고 결국 아들이 선임병의 폭언, 잠 재우지 않기 등의 가혹행위를 받았고, 아들이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다 결국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듣게 됐다.

김씨는 지난해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 아들이 가혹행위로 인해 사망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으나 소송 도중 또다른 의문점을 발견했다.

군 장병 조의금(158만5천원)과 일반조문객 조의금(액수 특정 안됨)이 유족에게 전달되지 않았는데도, 이 돈이 유족에게 전달됐다는 군 내부 문서를 확인한 것이다.

이에 김씨는 권익위에 아들을 '순직' 처리해 줄 것과 조의금 행방을 확인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가 조의금 행방을 조사한 결과 당시 부대 인사담당관이 유족의 동의 없이 장례식 부의함을 열어 정산한 사실, 군 장병 조의금 158만5천원 가운데 90만원이 여단장의 지시에 따라 헌병대(20만원)·기무반장(10만원) 등에 격려비로 지급된 점이 확인됐고, 이 돈을 받은 이들이 회식비로 썼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당시 여단장 등 부대 관련자들이 조의금을 임의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이에 따라 육군참모총장에게 김 일병의 사망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여단장 등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특히 군 헌병대가 고인의 사망사고를 수사하면서 수사 대상인 여단장에게 격려비를 받은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보고 육군참모총장에게 재발방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권익위는 또 국방부 장관에게 자해 사망자에 대한 장의·의전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또는 신설해 군 복무 중 사망한 이에 대한 예우와 유가족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징병제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군 복무 중 사망자에 대한 예우와 보상을 더욱 확대·강화해야 하고, 구타나 가혹행위 같은 부조리, 지휘관의 관리·감독 소홀 등이 확인되면 엄중한 문책과 함께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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