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안타까운 세모녀의 비극

송고시간2014-02-28 12:03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동반자살한 세 모녀의 사연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26일 밤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60세 여성 박모씨와 30대인 그의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주일 전부터 TV 소리는 나는데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의 신고로 경찰이 집에 들어갔을 때 이들 모녀는 각각 이불 두채와 침대에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다. 방 창문은 청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바닥에 놓인 그릇에는 번개탄을 피운 재가 남아있었다. 경찰은 세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 동반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세 모녀의 비극은 우리의 사회안전망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들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계는 박씨의 남편이 12년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딸은 신용불량자여서 일자리 잡기가 어려웠고 특히 큰 딸은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안 좋았지만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어머니 박씨가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지만 한달전쯤 넘어져 다치면서 생활고가 닥쳤고 결국 절망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은 것이 없다고 한다. 박씨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수급 신청을 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회안전망과 행정력이 좀 더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면 이들을 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박씨 딸의 의료나 신용불량 문제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일정 정도 구제하는 시스템을 이들이 활용할 방법이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움을 더 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집안에 남긴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다. 봉투 겉면에는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어려운 사정에도 월세와 공과금을 한번도 밀린 적이 없다고 한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돈을 남긴 세모녀의 사연이 안타까운 것은 이들과는 정반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돈이 있고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면서도 세금이나 공과금을 안내고 상습체납하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다. 작년말 각 시·도는 체납 발생일로부터 2년 넘게 3천만원 이상 지방세를 내지 않은 고액·상습 체납자 1만4천500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세금과 공과금을 안 내려고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거나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이 세모녀의 모습과 대비돼 분통함마저 불러온다.

세 모녀가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막을 방법은 정말 없었던 것일까.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들이 내야 할 월세와 공과금을 남긴 이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