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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3금제도' 62년 만에 대수술…사회추세 반영

송고시간2014-03-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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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욕적 규제보다 자기절제로"…일각에선 유지 주장도

지난달 21일 열린 육사 74기 입학식에서 신입생도들이 열중쉬어를 한 채 훈련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DB)

지난달 21일 열린 육사 74기 입학식에서 신입생도들이 열중쉬어를 한 채 훈련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DB)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육군사관학교가 사관생도에게 적용하던 '3금 제도'(금혼·금주·금연)를 대폭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자율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금욕적인 규제로 사관생도의 생활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도덕적,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영외 음주·흡연·성관계를 부분 허용해 장교에게 요구는 자기절제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육사는 지난해 5월 교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영내 음주규제를 강화하는 등 3금 제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당초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4학년 생도가 미성년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교내 군기가 강화되자 1, 2학년 생도를 중심으로 집단 자퇴 사태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일었다.

또 영외에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적발돼 퇴교 조치된 한 육사 생도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퇴학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것도 육사의 이번 3금 제도 완화 방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952년 육사가 창설된 이래 음주 관련 규정이 일부 완화될 것을 제외하고는 3금 제도는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됐다.

음주의 경우 1967년까지는 4학년 2학기 때 장교가 초대하는 자리에서만 가능했다. 1968년부터는 훈육관(소령) 이상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에서는 음주할 수 있게 됐다가 1974년부터는 준장인 생도대장 이상이 주관하는 행사에서만 음주할 수 있도록 규제가 다시 강화되기도 했다.

이어 2003년부터는 2학년 이상 생도에 대한 음주 승인권자가 생도대장 이상에서 훈육관, 지도교수, 학부모로 다시 하향 조정됐다가 작년 5월 발생한 교내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음주 승인권자가 학교장으로 다시 제한됐다.

흡연은 영·내외를 불문하고 엄격히 금지돼 졸업 일주일을 남겨 놓고 흡연 사실이 적발돼 퇴교 조치된 사례도 있었다.

<육사 '3금제도' 62년 만에 대수술…사회추세 반영> - 2

육사는 3금 관련 규정이 전 근대적이고 인권 침해 소지도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해부터 '육사 제도·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금 제도 변경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외국 사관학교에서 적용하는 제도에 대한 연구도 이뤄졌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3금 제도가 유지되는 나라는 태국과 한국밖에 없다고 알았는데 지난해 태국에 가서 3금 제도에 대해 물어보니 우리와는 전혀 다르게 '거짓말·도둑질' 등을 금지한 규정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태국에서 술·담배의 금지 여부를 물어보니 '그런 것을 어떻게 규정으로 할 수 있느냐'면서 나를 중세시대에서 온 사람 취급을 했다"며 "3금 제도를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육군의 다른 관계자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로 생활을 통제하다 보니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생도가 생기고 규정을 위반하는 생도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다"고 3금 제도의 현실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국가권익위원회도 3금 제도 위반자에 대한 사관학교의 퇴교 조치를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3금 제도는 생도 수련기간 정예장교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자기절제능력을 배양하고 사관생도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라는 취지로 오랜 기간 유지된 제도인데 이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예비역들을 중심으로 "정예장교가 될 사관생도에게는 일반 대학생과 달리 금욕적인 생활이 요구된다"는 3금 제도 유지 주장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육군 관계자는 "3금 제도의 목적과 의미는 육사의 수련정신이자 사관생도가 지향할 가치로 계속 유지된다"며 "음주와 흡연 등에 관한 규정은 사회적 추세를 고려해 현실화하지만 법규 위반 때는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오는 12일 육사에서 생도 학부모, 예비역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에서 여론을 수렴한 뒤 3금 제도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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