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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8일째…'궁금증' 더해가는 파주 '무인기 사고'

송고시간2014-03-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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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삼각형·항공촬영용 광각렌즈 장착…동호인 수준 넘어서군·경 조사는 '잰걸음'…아직 소유자 확인 못한 듯

<추락 8일째…'궁금증' 더해가는 파주 '무인기 사고'> - 1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권숙희 기자 =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 지역에 소형 무인기 1대가 추락했다.

당시 청와대와 경복궁 등 주요 시설이 포함된 서울 특정지역 전경이 사진에 찍힌 것으로 알려지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일단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상공 300m가량에서 비스듬히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주요 시설 사진의 크기가 직경 1㎝도 안돼 자세히 들여다봐야 청와대와 경복궁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인기를 1차 조사한 결과 일반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형태가 아닌 데다 항공촬영에 주로 쓰이는 광각렌즈가 장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무인기를 만들어 날렸는지'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다.

군·경은 전문기관에 기체 정밀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제작·소유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경찰은 이와 관련, '모르쇠'로 일관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 군·경 기체서 나온 지문 60여 점 추적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의 한 야산에서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소형 무인기 1대가 낙하산을 펼친 채 떨어지는 것을 행인이 발견, 112에 신고했다.

이 사실은 경찰을 거쳐 즉각 군에 통보돼 현장 조사가 진행됐다.

애초 동호인이 날린 무인기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특정 시설물이 사진 촬영된 것으로 확인되며 군 당국이 긴장했다.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분석한 결과 국도1호선(통일로)를 따라 파주∼서울 구파발 지역이 찍혀 있고 특히 청와대와 경복궁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내 중심부의 경우 직경 1㎝도 채 안되는 작은 크기로 청와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작고 흐릿한 상태였다.

군 당국은 일단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군·경은 제작·소유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비행 목적을 밝히기 위해서인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경찰은 기체에서 지문 60여 점을 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대부분 현장에 있던 군·경 조사진의 것으로 알려져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인기는 군 당국의 1차 조사를 거쳐 현재 항공우주연구원으로 옮겨져 정밀 분석 중이다.

◇ 삼각형태·하늘색 도색, 구름무늬까지…동호인 무인기와는 확연히 달라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는 양 날개를 포함해 길이 1.9m, 폭 1m가량의 크기다.

크기로 보면 일반 동호인들이 취미로 날리는 무인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형태나 성능을 보면 동호인들의 그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추락한 무인기는 삼각형 모양으로 마치 군의 스텔스기 형태를 본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무인기 전문가는 "동호인들이 날리는 각양각색의 무인기 중에 삼각형태의 무인기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동호인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하늘색을 기체 전체에 칠한 뒤 위장이라도 한 듯 군데군데 흰색 구름무늬를 덧씌웠다. 동호인들은 화려한 색채를 주로 쓴다.

성능면에서도 특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비행컨트롤러가 장착돼 컴퓨터로 항로 등을 지시하고 착륙 지점의 좌표만 입력하면 스스로 비행한 뒤 돌아오는 방식인 것으로 추정됐다.

탑재된 소형 디지털 카메라는 전문가용이 아닌 보급용이지만 광각 렌즈가 사용됐다. 이 렌즈는 줌 기능이 없지만 촬영 각도가 90도 이상으로 커 항공촬영에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력으로 엔진을 사용한 점도 밧데리를 연료로 쓰는 동호인 무인기와는 다르다. 기름 주입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정도 크기면 최대 2시간 비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체에 바퀴가 없고 낙하산이 장착된 것도 특이하다.

이 같은 무인기는 미사일처럼 발사대를 이용해 대각선으로 이륙, 앞에 달린 프로펠러로 비행한 뒤 정해진 지점에서 낙하산을 펼쳐 착륙한다. 주로 외국에서 군 정찰용으로 이용된다.

◇ 국도 1호선 따라 파주∼서울 비행 추정

군과 경찰은 촬영된 사진을 토대로 국도 1호선 노선과 비슷하게 비행한 것으로 추정했다. 직선거리로는 17㎞가량이다.

사진 구도와 화질 등으로 미뤄 상공 300m가량에서 비행경로를 따라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군은 밝혔다.

국도 1호선은 판문점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가장 빠른 도로다. 주변에는 군부대도 많다.

이 때문에 군과 경찰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고도의 비행 수준을 갖춘 전문 동호인의 무허가 비행이나 군 시험 비행, 가능성은 낮지만 대공 용의점을 포함해 여러 각도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이 항공 촬영이나 수도권 방공망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험 비행을 하다가 실수로 추락시켜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어쨋든 무인기가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채 추락할 때까지 수도권 서북부 일대를 비행했는데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방공망 허점'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조사 중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고 군도 아직 발표할 게 없을 것"이라며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무인기 출처를 밝히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kyoon@yna.co.kr,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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