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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힘에 밀린 호주 지자체의 위안부 소녀상 건립

송고시간2014-04-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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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필드 시의회, 위안부상 건립 표결 보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건립 운동에 동참의 뜻을 밝힌 얀 루프 오헤른(91) 씨가 지난달 지난달 11일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옥상두 스트라스필드시 부시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DB)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건립 운동에 동참의 뜻을 밝힌 얀 루프 오헤른(91) 씨가 지난달 지난달 11일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옥상두 스트라스필드시 부시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DB)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 호주 내 한국과 중국 교민사회가 공들여 추진해온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건립 계획이 관할 시의회의 표결 보류 결정으로 암초에 부딪혔다.

4일 시드니 한인회 등에 따르면 스트라스필드 시의회는 시드니의 한중 교민사회가 지난 1일(현지시간) 제출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건립 청원안을 심의했으나 표결 보류 결정을 내렸다.

대니얼 보트 시장과 옥상두 부시장을 비롯한 7명의 시의원과 데이비드 백하우스 시 행정관리책임자 등은 한중 교민사회와 일본측 대표자들의 찬반의견을 들었으나 최종적으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입장을 들은 뒤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시의회 표결이 이뤄져 청원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했던 한중 교민사회측 인사들은 실망감을 표시한 반면 일본측 인사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본측은 시드니 총영사가 스트라스필드시를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미리 준비된 것처럼 보이는 인사들을 반대 토론자로 내세워 시의원들을 설득했다.

소녀상 건립 찬반 양측이 4명씩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한중 연대에서는 송석준 시드니 한인회장과 호주인 위안부 얀 루프-오헤른 할머니의 딸인 캐럴 루프 씨 등이, 일본측에서는 일본계 호주인 대학생과 일본인 아내를 둔 호주인 남성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한중 연대측 인사들은 일제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과 성노예 피해 여성들을 기리는 소녀상 건립의 당위성을 호소한 반면, 일본측 인사들은 소녀상 건립이 호주 거주 일본인에 대한 또 하나의 인종차별이자 증오가 증오를 부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측 토론자로 나선 호주인 남성은 한일 양국간의 문제를 호주 시드니로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결국 시의회가 양측의 토론을 청취한 끝에 표결 보류 결정과 함께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입장을 들은 뒤 재논의하기로 한 것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옥 부시장은 "일본인들이 스트라스필드 시의원들에게 소녀상 건립에 반대하는 이메일 폭탄을 퍼붓고 시드니 주재 일본총영사까지 시를 직접 방문하는 등 로비가 거셌다"며 "비록 표결이 보류되긴 했지만 1단계 관문은 통과한 셈이며 향후 2,3단계 활동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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