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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과학의 영원한 숙제인가

송고시간2014-04-1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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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석학 로저 펜로즈 '마음의 그림자'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20세기가 끝나기 직전 세계의 일류 물리학자들에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설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응답이 가장 많았던 10개 미해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의식의 비밀'이었다. 인간의 두뇌 활동과 의식, 즉 '마음'의 작동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과학적 노력이 있었음에도 이 문제가 여전히 과학의 영역 밖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의식의 작용에 대한 관점을 극단화하면 '인간의 의식이란 모두 두뇌의 컴퓨팅(computing) 작용의 결과'라는 기계론적 입장과 '어떤 과학적 용어로도 의식의 작용을 설명할 수 없다'는 신비주의적 시각으로 나눠볼 수 있다.

컴퓨팅이란 특정 알고리즘 절차에 따라 돌아가는 '하향식' 시스템, 경험을 통한 학습이 가능하게끔 느슨하게 프로그램된 '상향식' 시스템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과연 인간의 의식을 컴퓨팅이라는 개념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영국이 낳은 세계적 물리학자이자 수학자 로저 펜로즈는 두 극단 중 어느 하나를 맹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컴퓨터가 인간의 마음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인공지능(AI) 학자들의 의견에 분명한 반대 견해를 밝혀 온 인물이다.

이미 국내에 오래전 소개된 '황제의 새 마음'에서 이같은 관점을 설명한 바 있는 그는 최근 번역돼 나온 1994년 저서 '마음의 그림자'(노태복 옮김)에서 물리학 이론을 중심으로 자신의 논리를 한층 더 발전시킨다.

펜로즈는 이 책에서 쿠르트 괴델의 논리학과 앨런 튜링의 컴퓨터 기술부터 생물학, 심지어 서양 철학의 뿌리인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두뇌에 대한 탐구를 끌어나간다.

그는 인간의 의식적 사고는 단순한 컴퓨팅으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결론짓고, 이어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면서 마음을 이해하는 데 어떤 '비(非)컴퓨팅적' 물리학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펜로즈는 비록 지금은 인간의 의식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지라도 정신적 현상을 이해하는 과학적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고 확신하면서 "그 길은 물리적 실재 자체의 속성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승산. 728쪽. 2만8천원.

<'마음'은 과학의 영원한 숙제인가> - 2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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