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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주검으로 함께 돌아온 담임교사와 학생

송고시간2014-04-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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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2학년 6반 남윤철 교사·이다운 군…슬픔 더해또다른 제자 박호진 군은 5세 여아 구하고 '생존'

단원고 학생 시신 안산으로 이송
단원고 학생 시신 안산으로 이송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17일 오전 119 관계자들이 목포 한국병원에 안치된 안산 단원고 학생 3명의 시신을 경기도 안산 고대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만 하루를 훌쩍 넘긴 17일 오후 3시 50분께 목포 한국병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남윤철(36) 씨와 이다운(17) 군의 시신이 병원에 차례로 들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남 씨 유족의 두 뺨에는 이미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외마디 떨리는 목소리도 함께였다.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의 비통함은 하얀 줄무늬의 병원 커튼 너머로 여지없이 터져 나왔다.

"윤철아, 우리 윤철이 어떡하니..."

오열에 섞인 유족의 외침을 뒤로 하고 고개를 숙인 채 밖으로 나온 한 여간호사의 눈시울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남 씨와 함께 병원으로 옮겨진 이 군은 신원 확인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애초 추정으로 알려졌던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다른 추정 학생의 실명을 공개했으나, 해당 부모는 "내 아들 얼굴이 아니다"라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시신에서 신원을 추정할 만한 물건이 발견됐고, 이날 오후 7시께 유족이 육안으로 이 군을 확인했다.

이 군 유족은 애끊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안치실에 들어가 아들의 얼굴을 확인한 어머니는 "여기 있으면 어떡하느냐"며 오열을 터트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군은 남 씨가 담임으로 있던 단원고 2학년 6반 학생이었다.

"늘 제자 생각을 했던 아들이었어요…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요?"

평소 학생들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남 씨였기에 유족의 슬픔은 더 커진 듯 보였다.

남 씨 아버지는 "아들은 학생을 사랑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지냈다"며 "평소 학생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모두에게 꾸준히 관심을 두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학부 때 영어를 전공한 남 씨는 교편을 잡은 지 올해로 7년 째다.

그의 다른 유족은 "명절 때 만나면 가르치는 제자들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며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항상 고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세월호에 함께 있다가 구조된 학생들의 입을 통해 "남 선생님이 마지막까지 학생의 탈출을 도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선생님이 우리 먼저 탈출시키셨는데 선생님이 탈출하려는 순간 물살이 세지면서 휩쓸려 떠내려갔다'는 한 학생의 말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전달받고서 유족은 다시 한번 울음을 터트렸다.

인터넷 개인 공간에도 남 씨 제자로 보이는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이 드러나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애써 슬픔을 억누르던 남 씨 아버지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한편, 남 씨의 또다른 제자 박호진(17) 군은 사고 와중에 부모와 오빠를 모두 잃고 홀로 남은 권지연(5) 양을 품에 안고 탈출에 성공했다.

주변에서는 "그 스승의 그 제자"라며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의 순간에도 이웃을 먼저 생각했던 남 교사와 박 군의 의로운 행동에 경의를 표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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