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우크라 4자합의 첫단추 불과…이행성공 미지수

송고시간2014-04-18 06:4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구체적 조치·일정 등 제시없어 이행 과정서 이견 가능성 커접경 지역 러시아군·시위 진압 우크라군 철수 여부가 관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해 17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개최된 4자 국제회담이 긴장완화를 위한 초기 단계 조치들을 취하기로 합의하고서 마무리됐다.

이날 회담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애초 적었던 터라 폭력 및 도발행동 자제, 불법적 군사 조직 해체, 불법적 관청·거리 점거 해제, 모든 지역과 정치 세력을 포괄하는 범국민대화 개시 등의 합의는 일단 기대 이상의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합의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시위 확산과 이에 대한 정부군의 진압 작전 개시로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 위기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단 최악의 위기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의 합의를 요약하면 우크라이나 사태의 당사자들이 폭력과 도발을 자제하고 모든 지역과 정치 세력이 참여하는 범국민 대화를 조속히 시작하며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 등 관련국들이 이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와 일정 등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로 여기에 이번 합의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렵사리 이룬 합의가 앞으로 실천 과정에서 표출될 이해당사자들의 이견과 충돌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날 회담 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악마는 실행 과정에 숨어 있는 만큼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결론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스스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공감한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을 취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긴장완화를 지지했다"면서 러시아가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를 부추기는 행동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한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는 요구를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긴장 완화를 위한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지의 최대 관건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지역 분리주의 시위대 진압을 위해 배치한 군대를 복귀시킬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주둔시키고 있는 자국군 병력을 철수시킬지에 달렸다. 전망은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뒤 자국군 철수와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데쉬차 장관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배치된 군대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머무는 것인 만큼 철수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긴장 완화 징후가 보이면 군대가 시위대 진압 작전에 전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분리주의 시위대 진압 작전 중단 조건을 '긴장 완화 징후'로 내걸었지만 정부군이 주둔하는 상태에서 무장한 민병대가 관청 점거와 시위를 중단하고 해산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싸우지 말고 잘해보자'고 합의한 뒤에 서로 '네가 먼저 총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형국이 벌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약속한 범국민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미지수다. 견해차가 큰 동남부 지역과 중서부 지역, 다양한 성향의 정치 진영 대표들이 모여 어떤 합의를 이룬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역의 자치권 확대 및 연방제 채택, 친러-친서방 정책 결정과 관련한 우크라이나의 정치·외교 노선 설정 등의 문제를 두고 치열한 대립을 벌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일단 첫단추를 끼우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정한 해결을 이루기까진 갈 길이 너무도 멀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cjyou@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