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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선생님보다 스승이 되라 했는데 결국…"

송고시간2014-04-1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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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지식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스승으로 남으라고 했는데 그들을 살리다 결국 그렇게 됐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남윤철(35), 최혜정(24·여)씨와 학생 안준혁 군 등 3명이 안치된 18일 오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 유족과 지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남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씨는 선생님보다 스승이 되라는 자신의 가르침대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아들이 자랑스러운 듯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띠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마르지않았다.

사체검안서 문제로 장례식장 측과 입관을 놓고 차질을 빚기도 한 남씨는 딸이 미국에서 돌아오는 19일 오전 9시까지 입관을 연기하기로 해 회색 정장 차림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청주 상당구에서 치과 개원의로 일하다 7년 전부터 충북의 한 사립대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아들이 교사로 임용될 때 나도 교수가 됐는데 아들이자 좋은 동료를 잃었다"며 흐느꼈다.

남씨는 서울에 혼자 사는 아들 집에서 지난 주말을 함께 보내고 월요일인 14일 아침 출근길에 나설 때 본 아들의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제자 이승재(20)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처음 부임해서 담임을 맡으셨다"며 "지난달까지 카톡으로 안부인사를 드렸는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울먹였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남 교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빈소를 찾은 신부와 성당 교우들도 "아우구스티노(남 교사 세례명)가 하느님의 아들로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다 세상을 떠나 하느님 품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갖게 됐다"며 애도했다.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임용시험에 합격해 지난해부터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은 최 교사의 빈소에는 유족들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2학년 9반 담임을 맡은 최 교사는 2년째 같은 학생들을 지도했지만 이번 사고로 학생 대부분이 실종돼 빈소는 쓸쓸함이 더했다.

최 교사의 작은어머니는 "혜정이는 3남매중 장녀로 누구보다 효녀였고 집에 와서도 학생들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제자들과 잘 어울렸는데 하늘이 천사를 데려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이날 새벽 끝내 숨진 채 발견된 안준혁 군의 시신도 이 장례식장에 안치돼 유족들이 조문객을 받고 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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