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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곧 내려갑니다" 마지막 통화…실현 기원

송고시간2014-04-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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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당시 홀로 구조된 '5세아' 제주 이삿집엔 우편물만 이웃, 실종된 부모·오빠 무사히 살아오길 간절히 바라

<여객선침몰> 우편물만 덩그러니 남은 제주 집
<여객선침몰> 우편물만 덩그러니 남은 제주 집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홀로 구조된 5세 권모양 가족이 제주에 이사와 생활할 집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8일 오전 권양의 집에는 현관문 틈에 끼워진 우편물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014.4.18. << 지방기사 참고 >>
bjc@yna.co.kr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작은 텃밭이 달린 아담한 2층 집이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극적으로 구조된 권모(5)양의 가족이 제주에서 귀농생활을 하며 머물 보금자리였다.

제주시 한림읍 '금오름' 인근 중산간 마을 도로변에 자리해 전원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집.

진입로로 이어진 작은 앞마당과 텃밭은 권양과 오빠(6)가 숨바꼭질하며 함께 뛰어놀기에 충분해 보였다.

네식구가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주에 내려와 부푼 꿈을 품고 살아갈 집에는 현관문 틈에 끼워진 우편물만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권씨는 오래전 이곳 제주에서 생활하다 서울로 옮기고 나서 다시 정들었던 제주로 내려와 살 꿈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려고 귀농을 결정한 뒤 아이들과 베트남 출신의 아내가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듯 보였다.

그는 고심 끝에 다문화가정이 비교적 많이 사는 이 동네에 집을 구했다.

자녀가 다정하게 손잡고 오고 갈 어린이집은 걸어서 10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몇 해가 지난 뒤 아이들이 다닐 초등학교도 인근에 있어 앞으로 평생 제주에 정착해 살아갈 생각으로 제주에 내려온 것이었다.

권씨는 지난 3월에도 온 가족이 이곳을 찾아 집을 둘러본 뒤 어린이집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이들을 맞았던 어린이집 교사 임모(37)씨는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 교사는 "참 화목한 가족이었고 아이들이 정말 밝고 예뻤다"며 특히 오빠가 동생을 귀엽게 잘 챙겨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이사를 오자마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닐 예정이었다"며 "어린이집 모든 식구가 권양의 부모님과 오빠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임 교사는 사고가 나기 1주일 전쯤 아버지 권씨와의 마지막 통화내용을 떠올리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선생님, 이제 (이사) 날짜가 잡혔어요! 곧 내려갑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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