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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자살한 교감 급성 우울 상태였을 수도"

송고시간2014-04-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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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침몰> "자살한 교감 급성 우울 상태였을 수도" - 1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극심한 정신적 외상을 입고 탈진한 상태에서 죄책감과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단을 인솔했다 여객선 침몰과정에서 대형 참사가 빚어졌지만 살아남은 교감 강모(52)씨가 18일 오후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정신건강 의료진들은 강씨가 대형 사고를 겪은 후 죄책감과 부담이 컸을텐데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사고 악몽에 계속 노출되다보니 급성우울 증세를 동반한 극심한 불안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강씨는 심리 치료를 받는 생존 학생들보다 더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겪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큰 사고를 겪고도 현지에 남아 사고 수습을 하고 경찰 조사까지 받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질문이 비난처럼 들렸을 수 있다"며 "나이와 입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생존한 학생들과 심리상태는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죄책감이 증폭돼 급성 우울상태가 되면 자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누군가 옆에서 함께 있어야 하는데 강씨는 그렇지 못했다는 의료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씨는 지난 16일 헬기로 구조돼 인근 섬으로 옮겨졌다.

강씨는 이 섬에서 어부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으로 가 구조장면을 지켜보다가 다시 육지로 나와 목포해경에서 사고 상황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윤리교사 출신으로 도덕군자로 통했던 강씨였기에 살아남은 죄책감을 극복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동료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구조되고 나서 병원 치료를 받으라는 주변 권유를 거절할 정도로 책임감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강 교감이 구조된 후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데 그날 밤 택시를 타고 진도체육관을 찾아와 '나만 살아서 되냐'고 굳이 찾아왔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강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생존 학생 등 70여명의 심리치료를 맡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의료진도 "제자들과 후배 교사들을 잃은 슬픔은 상상도 못할 고통이었을 것"이라며 "강 교감의 가족을 비롯해 이번 사고로 직·간접 고통을 받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17일 오후까지 진도체육관에서 현지에 파견된 경기 교육청·교직원들에게 목격됐지만 밤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아 교직원 등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18일 오후 주검으로 발견됐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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